도전학기제로 웹드라마 ‘스물넷, 그 어딘가’를 제작한 이유진씨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도전학기제로 웹드라마 ‘스물넷, 그 어딘가’를 제작한 이유진씨.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고민 많던 스물 네 살이 전하는 위로, ‘스물넷, 그 어딘가’

“웹드라마 1화 조회수가 1600회를 넘었더라고요. 첫 작품이고 학생 작품이니까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봐주셨어요. 거창하지는 않아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 된 것 같아요.”

이유진(과교·14)씨는 작년 도전학기제를 통해 ‘스물넷, 그 어딘가’라는 웹드라마를 예고편 포함 5회 제작했다. ‘스물넷, 그 어딘가’는 작년 12월10일부터 12월30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4시 유튜브(youtube.com)에 연재됐다.

“작년에 스물 네 살이었어요. 인간관계와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는데, 사범대학(사범대)은 빠른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많아 더욱 고민이 깊었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고민을 나누다 보면 위로를 받게 되잖아요. 웹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이유도 더 많은 사람과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싶어서예요.”

이씨는 현재 방송영상학을 복수전공 하고 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이 티비를 못 보게 하셨어요. 그래서 스무 살이 되자마자 예능 프로그램을 봤는데, 밤을 새워도 재밌는 거예요. 이런 예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무턱대고 방송영상학 복수전공을 신청했죠.”

하지만 영상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학교를 오래 다녔지만, 실습 과목은 수강 신청이 어려워 듣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사범대생답게 안정적인 길을 가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당하게 제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제 작품을 만들 기회가 없었어요.”

도전학기제는 도전 프로젝트 실행 장학금을 지원하고 학점을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이씨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좋은 기회였다. 이씨는 “신청 마감 3일 전에 도전학기의 존재를 알았다”며 “정말 좋은 기회여서 부랴부랴 지원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도전학기제를 통해 제 첫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어요. 각본을 직접 짜고,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 장소를 섭외해 촬영을 마치고, 편집해 배포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했죠.”

첫 작품이었기에 미숙했던 점도 있었다.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처음이다 보니 보통 어떤 식으로 오디션을 보는지 몰랐어요. 배우가 들어오자마자 ‘이거 좀 읽어주세요’라고 말하니까 배우들이 이렇게 무턱대고 진행되는 오디션은 처음이라며 웃기도 했죠.”

미숙한 오디션장이었지만, 이씨는 각본 배역에 꼭 맞는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

“오디션 전에 배우분들의 포트폴리오와 대본 녹음을 받았어요. 400명이 넘게 지원해주셨어요. 프로필을 보고 캐스팅 우선순위를 정했죠. 그런데 막상 배우를 만나니까 ‘아,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정말 있더라고요. ‘이래서 오디션을 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웹드라마 '스물넷, 그 어딘가'의 포스터. 각 에피소드의 주제인 진로, 연애,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상징이 모두 담겨있다.제공=본인
웹드라마 '스물넷, 그 어딘가'의 포스터. 각 에피소드의 주제인 진로, 연애,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상징이 모두 담겨있다. 제공=본인

이씨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만으로 도전학기를 신청해서, 대본은 도전학기 신청 이후에 쓰기 시작했다.  한 달이면 대본을 다 쓸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계획보다 일정이 많이 늦어져 걱정도 많았다.

여러 어려움에도 이씨는 “대학 생활 중에 가장 ‘잘했다’ 싶은 일이 도전학기제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도전학기제의 장점으로 “최대 400만원을 지원받아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을 꼽았다. 또한, “성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며 “보고서에도 솔직하게 꿈과 현실이 달랐다는 것을 적어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도전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서 많은 재학생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분야를 해보고 싶다는 작은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해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어요.”

 

 

도전학기제에 참가해 학습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한 정지인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도전학기제에 참가해 학습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한 정지인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그것만 정답은 아니야’, 더 나은 선택지를 만나는 과정

“교육학과의 이단아, 그게 저라고 생각해왔어요. 다른 친구들이 가는 길을 거부했으니까요. 그래도 막막했어요. 문과의 진로는 대부분 시험으로 귀결되잖아요. 다른 길의 존재조차 몰랐죠. 도전학기는 그런 저에게 맞는 꿈을 찾아줬어요.”

정지인(교육·14)씨는 도전학기를 통해 중고등 학생 1:1 학습 지원 코치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도전했다.

“수업 시간에 아주 잠깐 딴생각을 했어요. 나는 학생들을 컨설팅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 능력을 사교육 시장을 위해 쓰고 싶지는 않다는 맥락이었죠. 그때 문득, 그러면 차라리 내가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학습 지도를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정씨는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검증 단계로 한 학기 동안 도전학기제를 활용했다. “처음 계획은 사업 계획서를 써서 대회에 출전하고, 발전시켜서 애플리케이션 기본 단계까지 구상하는 거였어요. 여기까지 잘 되면 졸업 후에 창업하자는 계획이었죠.”

정씨는 도전학기를 위해 스타트업 기업 인턴 두 달, 사업계획서 작성과 코딩 수업 이수, 창업경진대회참여, 스타트업 기자단으로 대학내일 특집호 기획, UX/UI 디자이너 고용,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에듀테크 인 아시아 컨퍼런스 참여 등 굵직한 계획을 세웠다.

“창업경진대회에서 2등까지 수상했어요. 결과물로는 사업계획서, 발표 자료, 스타트업 기자단 활동을 증명하는 대학내일, 싱가포르 컨퍼런스 보고서 등을 제출했어요.”

정씨는 당시 정규 수업은 9학점만 들어서 프로젝트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도전학기 학점으로 6학점이 인정됐다”며 “따로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학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 자체로 학점이 인정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모두 15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지인씨가 제작한 학습 지도 어플리케이션의 메인 화면 프로토타입 제공=본인
정지인씨가 제작한 학습 지도 어플리케이션의 메인 화면 프로토타입 제공=본인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당시, 전문가에게 코딩을 의뢰했어요. 그런데 앱의 구성이 초보자가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예산을 적어도 1000만원 이상 써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계획을 바꿨어요. 100% 완성본은 아니고 프로토타입까지만 재연한 거죠. 그 부분이 아쉬워요.”

도전학기제를 통해 정씨는 진로를 정할 수 있었다. 정씨는 “모순적이지만 도전학기제를 통해 지금은 창업하면 안 되겠다는 점을 알았다”며 “실제로 해보니 창업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평범한 사람에게 ‘그것만 답이 아니야,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해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요.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예요. 원래 기획했던 길은 아니지만 다른 길을 알게 됐어요.”

정씨는 현재 은행권 청년 창업 재단(D.CAMP)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지금 저는 교수님과 팀 프로젝트를 하는 셈이에요. 교수님과 단둘이 팀을 이뤄 수업 과정을 설계하고 실제로 수업을 만들고 있거든요. 이번에 서울대 의과대학과 연세대에 기업가정신 교육 과정을 개설했어요. 아직 인턴이지만, 실제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죠.”

정씨는 도전학기의 장점으로 “활동이 개연성 있게 이어지니까, 자연스럽게 본인의 스펙이 된다는 점”을 꼽았다. 정씨는 “도전학기 덕분에 지금의 인턴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토익 점수도 없고 학점도 높지 않지만,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며 ”도전학기제를 통해 쌓아간 활동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도전학기를 안 할 이유가 없어요. 큰 틀의 목적에만 맞는 일이라면, 해외를 가든 새로운 공부를 하든 상관없어요. 한 번쯤 대학에서 학과 공부만 하기 막막한 시기가 찾아올 거예요. 그럴 때 학교에서 주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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