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채집으로 먹이 부족 겪는 다람쥐와 청설모의 설움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는 결과 낳을 수 있어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 상수리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교내에는 도토리가 열리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가 심어져 있다. 특히 헬렌관 주변, ECC와 대강당 사이 길에는 도토리나무가 모여 있다. 교내 캠퍼스의 도토리는 이를 주식으로 하는 다람쥐와 청설모에게 중요한 먹이다. 

캠퍼스 곳곳에서는 나무를 타고 이동하는 다람쥐와 청설모를 볼 수 있다. 생명다양성재단과 자연사박물관은 교내에 다람쥐와 청설모가 서식한다고 추정한다. 자연사박물관 류재원 연구원은 “본교는 안산과 이어진 지리적 조건으로 산에 살던 다람쥐나 청설모가 이동해오기 쉬운 접근성을 가졌다”며 “교내 차량 통행량도 많고 야생 고양이들도 있지만 동시에 도토리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다람쥐나 청설모가 자리 잡고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외부인의 교내 도토리 무단 채집으로 도토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에는  “우리 다람쥐 벗들 밥 뺏지 말라고요!”, “다람쥐가 먹어야 하는 도토리를 외부인이 가득 담아가는 중” 등 외부인이 도토리를 주워가는 목격담들이 게시돼있다. 이회진(경제·18)씨는 “동물들이 학교 밖에서 도토리나 주식을 채집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본교생도 아닌 사람들이 학내 도토리를 주우니 걱정된다”며 “도토리가 부족해지면 동물들이 겨울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토리나무가 많은 곳에서 도토리를 줍는 외부인을 볼 수 있었다. 이화·포스코관 주변에서 외부인 ㄱ씨는 봉지에 도토리를 가득 담았다. 그는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가 예뻐서 주었다”며 “관상용으로 쓰려고 했다”고 답했다. 헬렌관 주변에서 도토리를 줍던 외부인 ㄴ씨는 “도토리를 주워 묵을 만들어 먹으려고 했다”며 “주우면 안되는지 몰랐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1일 오후5시 대강당 계단 앞 풀숲에서 한 외부인이 도토리를 줍고 있다. '도토리를 왜 줍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도토리묵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1일 오후5시 대강당 계단 앞 풀숲에서 한 외부인이 도토리를 줍고 있다. '도토리를 왜 줍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도토리묵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학내 상수리나무 등에서 나오는 도토리는 본교 사유재산이다. 따라서 외부인이 허가 없이 도토리를 무단 채집해가는 것은 제재 대상이다. 관리처 건축팀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문제를 인지해 총무팀과 건축팀 인력이 순찰을 하고 있다”며 “발견 시 채집물 압수 및 퇴교 조치하고 있으나 주로 새벽에 발생하고 있어 완벽한 통제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추후 교내 순찰을 강화해  외부인에 의한 무단 채집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조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토리를 주된 먹이로 하는 다람쥐와 청설모에게 도토리 감소는 치명적이다. 실제 환경부 동물자원과에서 실시한 ‘2018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람쥐 먹이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밤이나 도토리가 인간의 채집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겨울철 먹이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 고기란 연구원은 “도토리 양이 외부 원인으로 줄어든다면 실제로 먹이 양이 줄어드는 겨울을 대비한 에너지 섭취에 지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먹이 부족은 다른 위험을 유발하기도 한다. 먹이가 감소하면, 먹이를 구하는 다람쥐와 청설모의 행동반경이 그만큼 커지고 천적, 기타 외부 위험 요인도 함께 증가한다. 또 먹이 경쟁이 과열돼 개체군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섹(AISEC) 그리니즘이 포도길 나무에 설치한 도토리 보관함.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아이섹(AISEC) 그리니즘이 포도길 나무에 설치한 도토리 보관함. 김서영 기자 toki987@ewhain.net

도토리 채집을 예방하기 위해 중앙동아리 아이섹(AIESEC) 그리니즘은 포도길(이화·포스코관과 중앙도서관을 잇는 숲길)과 학생문화관(학문관) 앞 숲에 도토리 보관함을 설치했다. 아이섹 그리니즘 담당자 김지현(사회·18)씨는 “학교에 도토리가 열리는 상수리나무가 많고 다람쥐나 청설모도 사는데 사람들이 가져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보관함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학문관 앞 숲 쪽에 설치한 보관함이 거의 다 차 그리니즘은 도토리를 뿌릴 날짜를 논의 중이다. 도토리는 산속처럼 사람들이 잘 오지 못하는 곳에 뿌리거나 땅속에 묻어 둘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