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눈뜨기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그러하듯 대학에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신입생들의 시선은 호기심에 가득차 있다.

소속과의 학회는 그 호기심의 출발점으로, 가장 먼저 신입생들에게 「운동권 알레르기」로 인한 갈등을 유발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이라면 으례히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낭만적 풍경을 떠올리던 신입생들에게, 운동권의 존재는 암흑적인 것이며 자신이 구상해온 대학생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는 TV화면에서 화염병과 과격한(?) 구호로 상징되는 운동권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굳어져온 「운동권=빨갱이」라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로, 학회역시 「빨갱이 교육기관」으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신입생들의 학회에 대한 선입관은 실상 현 학회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대학에서의 학회를 「학생들의 학문적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최소단위의 그릇」이라고 정의하듯, 학회는 과성원간의 부대낌의 장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에 관해 보다 심층적인 공부와 논의를 해나가는 장인 것이다.

이는 기존에 사회과학일변도이던 학회가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수렴으로 역사·철학·경제·여성·문학(소설) 학회등으로 세분화되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또한 전공학문에 임하는 자세와 전공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 및 자신의 삶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공학회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것도 학회가 성원 간의 학문적 교류·삶의 공유의 장으로 발전돼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3년동안 지속적인 학회횔동을 해왔던 차은영양(중문·4)은 『학회는 제가 인간이 되기위해 몸부림을 친곳입니다.

전 학회를 통해 20여년동안의 이기적이고 개인적이었던 제 삶을 되돌아보고, 진정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학회에서 이처럼 자기중심적사고로부터 벗어나 이 사회와 현실하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매개가 바로 사회과학인데, 신입생의 경우 사회과학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수가 많다.

사회과학은 사회현상에 대한 과학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이 「빨갱이학문」이라는 매도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회에서의 사회과학공부 역시 사회현상에 대한 본질적 측면파악의 안목을 키워줌으로써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게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의 매도는 학문에 대한 편협된 인식을 조장하는 것으로 학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닌 것이다.

또한 학회는 입시위주 풍토로 인해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을 저해받았던 신입생들에게 애정과 믿음이 깔린 발전적 인간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제시해주는 장이기도 하다.

학회가 제공하는 기존관념에의 문제제기속에서 과성원들과 함께 보다 올바른 해결점을 모색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가하는 한편, 서로의 고민을 나눔으로써 「보다나은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몇몇 사람과의 만남이 아닌 다양한 개인사와 관심을 가진 과성원과의 폭넓은 만남은 인식의 폭을 더욱 확장시켜주며, 표면적이거나 소비적으로 흐르기 쉬운 대학에서의 만남을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도모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학회이다.

이처럼 학회는 과성원들의 인간관계와 주체의지로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학회에 대해 미리 「학회는 이래서……」란 단정을 내리기보다는 학회가 바로 자신의 삶터임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주체적인 참여는 학회가 진정한 과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이화내 학문·사상의 요람으로 서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화의 학술풍토는 각 학회상의 반영이며, 학회의 모습은 바로 그 구성원들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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