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교양] 경쟁 대신 명상 택한 수업, 그저 편하게 쉬다 가면 돼요
[이색교양] 경쟁 대신 명상 택한 수업, 그저 편하게 쉬다 가면 돼요
  • 임유나 기자
  • 승인 2019.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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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이런 수업도 있어? 이색 교양 들여다보기 -1-

조기숙 교수(무용과)의 '춤과명상'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책상에 앉는 대신 매트 위에 누웠다. 연필 대신 물감을 들고, 공부 대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대신 새로운 수업 방식을 시도하는 강의들이 있다. 본지는 이론 중심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이색적인 교양 수업을 찾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명상하며 휴식할 시간을 주는 수업이 있다. 20일 체육관CHV에서 진행된 조기숙 교수(무용과)의 수업, <춤과명상>이다.

 

수업 중 몸을 이완하는 법을 설명하는 조기숙 교수. 학생들이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수업 중 몸을 이완하는 법을 설명하는 조기숙 교수. 학생들이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푹 쉬고 가는 것의 의미

“불안해하지 말고 편하게 누워서 쉬세요. 지금은 쉬는 시간입니다.”

조 교수의 편안한 목소리가 수업 시작을 알린다. 조명이 반쯤 꺼진 체육관CHV. 편안한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편안한 자세로 매트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춤과명상>은 매시간 내 몸의 소리 듣기, 타인의 몸과 소통하기, 환경과 어우러지기 등 다양한 주제의 명상을 진행한다. 조 교수는 바쁘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수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인의 전공인 춤과 자기 성찰할 수 있는 명상을 결합해 이 수업을 기획했다.

조 교수는 명상할 때 이뤄지는 모든 몸의 움직임이 춤이라고 말한다. 강의명이 ‘춤’과 명상인 이유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의 동작은 정적인 움직임에서 동적인 움직임으로 나아간다. 수업 후반부에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을 시도하는 명상을 진행한다.

기자가 참관한 수업에서는 ‘내 몸 쉬게 하기, 초기화하기’를 주제로 누워서 다양한 동작을 취하며 몸을 이완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 교수는 “몸을 완전히 내려놓고 긴장되는 신체 부위가 없는지 확인하며 뼈를 내려놓는 느낌으로 자신의 몸에 집중해보라”며 이완 방법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손바닥을 하늘로 뻗으며 본인에게 편안한 자세를 찾아갔다. 조 교수는 학생들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다리를 살짝 흔들며 긴장을 풀어줬다. 2자 체험(타인이 몸을 만지는 것)이 어땠냐는 조 교수의 질문에 한 학생은 “평소 외부에서 받는 자극이 강한데 교수님께서 무릎을 잡아줬을 때는 만졌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부드러웠다”고 말했다.

 

△몸과 연결된 마음, 자세로 다스린다

“몸에는 영혼인 소마(soma)가 깃들어 있어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어요. 인격과 자세를 연결 지어 명상해봅시다.”

천장을 보고 누운 학생들에게 조 교수는 “하늘을 향하는 이 자세는 모든 걸 내려놓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마음을 담은 자세”라며 결과를 중시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다음 자세로 학생들은 몸을 옆으로 돌려 살짝 웅크린 태아 자세를 취했다. 조 교수는 “지금부터는 상상력을 발휘해봅시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엄마 뱃속으로 이동해 가장 편안했던 상태로 돌아간다”며 학생들을 상상 속으로 이끌었다. 이어 “내 딸아, 지금 잘하고 있다”, “엄마는 믿는다, 내 딸이 굳건하게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 험난한 세상을 꿋꿋이 살아나갈 것이라고” 등 엄마가 말하는 것 같은 격려를 전하며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도했다.

태아 자세로 누워있는 학생의 자세를 교정하는 조기숙 교수.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태아 자세로 누워있는 학생의 자세를 교정하는 조기숙 교수.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수업에서는 기존 명상을 보완하기 위해 상상력을 활용했다. 조교수는 상상하며 몸을 움직이면 마음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무의식의 영역을 끌어내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태아 자세는 모든 포유류가 아플 때 하는 자세로 가장 편안한 자세다. 피곤한 학생들에게 태아 자세를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마음까지 치유해주려 한 것이다.

조 교수는 "휴식을 하면 세포 하나하나가 쉬기 때문에 힘을 저축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전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수강생 배성경(체육·17)씨는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이 많은데 마음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도 줄여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수업처럼 체험하는 방식의 수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