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배리어 프리’ 외치지만, 여전히 높은 이동 장벽
학내 ‘배리어 프리’ 외치지만, 여전히 높은 이동 장벽
  • 강지수 기자
  • 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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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없는 경사로, 당김 전용 문 등 개선점 남아있어

8월, 무거운 철문이던 이화·포스코관(포관) 주 출입구 두 곳에 자동문이 설치됐다. 학생처 장애학생지원센터(장애학생지원센터)와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이 장애 학생의 이동 접근성 확보를 위해 힘을 합친 결과다. 본교는 2008년 수도권 주요 사립대학 중 최초로 장애 학생 전담기구인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학교를 만들기 위함이다. 장애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본교의 배리어 프리 점수는 몇 점일까. 지체장애인 사회과학대(사회대)생 ㄱ씨와 엘택공과대학(공대)생 ㄴ씨를 교내에서 직접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 지원으로 생활 편해졌지만, 곳곳에 남은 ‘당김’ 전용 철문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회대생 ㄱ씨는 포관 자동문 설치 후 수업 이동이 한결 편해졌다. 고정되지 않아 여닫아야 했던 무거운 철문은 ㄱ씨에게 큰 방해물이었다. 거주 중인 I-House(아이하우스) C동의 출입문 역시 무거운 철문이었지만, 학교에 요청하자 자동문으로 교체됐다. 본교는 ㄱ씨가 캠퍼스 내에서 이동하던 중 도보와 차도 사이 턱에 걸려 넘어졌던 사고 직후 해당 턱을 허물어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도록 조성하기도 했다.

ㄱ씨가 포관 지하1층 자동문을 이용하는 모습.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ewhain.net
ㄱ씨가 포관 지하1층 자동문을 이용하는 모습.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ewhain.net

그러나 ㄱ씨는 포관과 기숙사 외 다른 건물로 이동할 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수전공하고 있는 뇌인지과학과의 강의 대부분을 국제교육관에서 들어야 하지만, 대학교회를 통한 이동 통로가 너무 좁다. 문도 당겨야만 하는 형식이라 휠체어에 앉아 여닫기 힘들다. ECC도 마찬가지다. 유동인구가 많아 승강기에 탑승하는 것마저 힘들다. 그는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길 뿐 아니라 문이 좁은 강의실과 계단만 있는 건물, 당김 고정문이 있는 출입구 등도 통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그는 아이하우스에서 포관으로 향한다. 포관 지하에서 장애학생지원센터 이동 지원 도우미를 만나 승강기 대기 줄로 간다. 하지만 대기 줄에서 다른 학생들이 ㄱ씨에게 승강기 탑승을 양보하는 경우는 드물다. ‘장애인 우선 탑승’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다. 그는 “포관 승강기 줄에 사람이 많을 뿐더러 양보를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경사로·계단 손잡이 확대 설치 원해, 강의실 책상 사이 여유 공간도 필요

ㄴ씨는 거동을 위한 보조기구를 다리에 착용한 채 하루를 보낸다. 휠체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교내 곳곳의 경사로는 그에게 큰 부담이다. 포관에서 학관 내려가는 길을 따라 있는 나무계단에서 ㄴ씨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매번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경사로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촉박할 때 나무계단을 종종 이용하는데, 손잡이가 없어 불편하다”며 “경사로 역시 눈비가 올 때 미끄러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공학관 건물로 올라갈 때도 정차 위치에 급경사가 있어 ㄴ씨가 타고 내릴 때 위험한 순간이 종종 있었다.

ㄴ씨는 “경사를 깎을 수는 없지만, 계단 옆과 경사로에 손잡이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ㄴ씨의 채플 지정 자리는 2층이다. 그는 “2층 계단은 폭이 높고 손잡이도 없다”며 “그 사이는 좌석으로 채워져 오르내릴 때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의실 내부에서도 장애학생은 불편함을 겪는다. ㄴ씨는 “수업 시간 급하게 화장실 등을 가야 할 경우가 생기지만 책상 사이 여유 공간이 없어 지나가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번은 ㄴ씨가 전공 수업 시간에 사레가 들려 심한 기침이 나올 뻔 한 적이 있다. 그는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강의실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책상 사이가 비좁아 나가기가 어려웠다. 그는 “한 강의실에 수강생이 많아 책상이 촘촘하게 배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ㄴ씨는 장애학생의 인권과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현재 그는 학내 장애인권 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 활동가다. 올해 4월20일에는 장애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삐-빅 반쪽짜리 시설입니다’ 스티커를 곳곳에 붙이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ㄴ씨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가 지원되지 않는 학생문화관(학문관) 승강기에 해당 캠페인 스티커를 부착했다. ECC 지하2층 피난안내도에도 재난 발생 시 계단 이용을 권장하는 안내만 있어 해당 스티커를 부착했다. 그는 “계단으로 대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가 없다”며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25일 본지와 만난 ㄱ씨가 장애인의 이동 접근성에 대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ewhain.net
25일 본지와 만난 ㄱ씨가 장애인의 이동 접근성에 대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ewhain.net

△교내외 지원으로 ‘무장애’ 교육 환경 조성 위해 노력

본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 그리고 시설 접근성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관 및 학문관 1층 장애학생 휴게실에 자동문을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관A·B동 경사로와 계단에 미끄럼방지 패드와 핸드레일을 설치하기도 했다.

시설 개선뿐 아니라 장애학생의 이동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 요청 시 지체장애학생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접근성이 확보된 건물과 강의실로 변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ㄱ씨, ㄴ씨 역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요청해 강의실 변경을 지원받았다.

한편 본교 캠퍼스에는 문화재 건물을 포함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건물과 급경사로가 많다. “이로 인해 완전한 배리어 프리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말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고윤자 연구원은 “한계 극복을 위해 센터는 장애학생 전용 이동지원 차량을 도입하고, 건물을 신축 및 재건축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장기적 목표와 실행과제를 계획해 무장애 교육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