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직전이나 프로그램 끝난 후 지급, 여윳돈 없는 저소득층 참여 어려워

“지원금을 늦게 줘서 사비로 먼저 결제해야 했어요. 언제 지원금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어서요. 모아둔 돈이 없다 보니 엄마께 부탁했는데 죄송하더라고요. 제가 원한다고 하늘에서 100만 원이 뚝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김은지(사회·17)씨는 지난 학기 사회과학대학(사회대) 해외 탐사 RSSR 프로그램(RSSR)에 선발돼 6월 말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5월13일 최종 합격 후 비행기 표와 숙소 값 결제를 위해 지원금을 기다렸으나 지원금 140만 원은 약 한 달이 지난 6월10일에 지급됐다. 김씨는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받아 사비로 먼저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 인터뷰 일정으로 6월28일 출국이 예정돼있었기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 당시 “지원금이 들어오기 전 먼저 사비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회대 직원의 말도 선결제 결정에 영향을 줬다.

 

본교 해외 탐사 프로그램(해외 탐사) 지원금이 늦게 지급돼 학생들이 탐사비를 사비로 먼저 결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외 탐사에 선발된 학생들은 이를 ‘관행’이라고 여길 정도다. 이처럼 지원금 지급이 약속됐음에도 학생들이 활동비를 우선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윳돈이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해외 탐사는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학기 학생처가 운영하는 ‘하계 이화 글로벌 프론티어’에 참여한 사회대 ㄱ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4월1일 최종 합격하고 약 한 달 반이 지난 5월17일에 지원금이 지급됐다. 방학 중 활동 보고서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출국일까지의 기간이 촉박했고, 그는 사비 약 230만 원을 먼저 지불해야 했다. 학교 측도 학생들에게 사비를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지원금으로 충당하라는 식의 말을 전했다.

ㄱ씨는 “선발 시기와 금액이 정해져 있음에도 돈이 마련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복잡한 행정 절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큰돈을 구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해외 탐사 지원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학교가 안일하게 처리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원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겉보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 같지만, 사실상 참여를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이에 “이화 글로벌 프론티어 선발팀이 계획했던 일정이 현지 사정에 따라 조정돼 탐사 계획서가 수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장학금 지급 시점은 교육과 탐사 계획 보완이 어느 정도 이뤄진 1차 사전교육 이후와 탐사 계획서가 수정된 후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인솔 해외 학습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작년 여름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포토그라피실습> 참가 학생에게는 애초 ‘장학금 100만 원이 지급되고, 개인이 약 15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공지가 전달됐다. 하지만 학생들은 장학금 100만 원이 프로그램 종료 후에 지급된다는 사실을 출국 직전에 알게 됐다.

또한 기숙사로 예정됐던 숙박이 홈스테이로 바뀌고, 당시 성수기였던 하와이 여행 가격을 잘못 예측해 학생들은 새로운 일정이 추가될 때마다 예정에 없던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학교 측이 미리 결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항공료, 투어, 홈스테이 비용을 사비로 먼저 지불했다.

이 프로그램 반장으로 일했던 장서윤(커미·16)씨는 “장학금이 지급되는 시점이 명확히 공지가 안 됐기 때문에 미리 장학금을 받고 갈 생각을 했던 학생들은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학생처 장학복지팀(장학팀)에 따르면 해외 탐사 프로그램마다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 행정 절차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장학팀은 "학생 탐사 프로그램들의 해당 사업 시행 주관 부서에서 장학팀에 장학금 지급 요청을 하면, 장학금 지급 기준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 검토를 한다"며 "이후 예산팀, 회계팀을 거치고 학생들에게 최종 지급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각 행정 부처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빨리 장학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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