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학생들은] 그들은 왜 단체 채팅방에서 언성을 높였을까… 한·중 학생들의 조별과제
[지금 유학생들은] 그들은 왜 단체 채팅방에서 언성을 높였을까… 한·중 학생들의 조별과제
  • 김지윤 객원기자, 정희윤 객원기자
  • 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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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별과제(팀플) 때문에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사실 회의 내용도 잘 못 알아들어요.”

중국 하얼빈에서 온 밍훼이(明慧·커미·16)씨는 팀플 이야기를 꺼내며 울상을 지었다. 한국 학생들과 팀플 회의를 할 땐,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알아듣는 게 거의 없어서다. PPT 자료를 만들기는 더 어렵다. 좋은 점수는 기대할 수도 없다.

밍훼이씨는 지난 학기 <미디어연구방법론> 전공수업에서 같은 팀 한국인 학생들과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자에게 단체채팅방이 캡처된 화면을 내밀었다. 대화창은 총, 칼 없는 전쟁터 같았다. 그들은 예의를 지켰지만 주고받은 대화에서 서로에게 받은 실망과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어도 어렵고 문화도 모르겠고…

팀플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고 했다. 밍훼이씨는 입학기준인 한국어능력시험 3급을 땄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소통을 하는 건 어렵다. 한국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했다. ‘정치인 유튜브의 부작용’이라는 주제는 너무 어려웠다.

“한국인 친구들이 분석해 놓은 거 올려놓았길래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번역기를 돌렸어요. 그래도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나름 한국 정치에 대해 네이버에 검색했는데도 내 의견을 쓸 만큼 정도의 이해가 가지는 않더라고요.” 밍훼이씨가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수업을 완벽히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팀플까지는 무리라고 했다. 밍훼이씨는 “처음에는 교수님 말도 잘 못 알아들었다”며 “사투리 쓰는 교수님은 더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수업 자료인 PPT 내용도 이해가 안 가서 항상 번역을 따로 한다”고 말했다. 네이멍구 출신 루루(露露·커미·16)씨는 “팀플을 잘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한국인 친구들 성적에도 영향 주는 거니까 무섭다”고 말했다.

도움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루루씨는 “한국에서는 교수님께 어떻게 질문 해야하는지 몰라서 못 물어봤다”고 했다. 한국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밍훼이씨는 “상대방이 귀찮을까봐 따로 물어보지 못할 때가 있다”고 답했다.

 

△한,중 학생 모두 고통 받는 팀플의 늪

한국인 학생들은 중국인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율에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인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도 성의 없는 답변을 하거나 아예 대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말이 통하는 한국인들끼리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다른 수업 과제들도 더 이상 미루긴 힘들었다. 결국, 대답하지 않은 중국인 팀원은 역할분담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팀플은 한국 학생들에게도 언제나 골칫거리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한 학기에만 평균 3.34개의 팀플을 한다. 작년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개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학기마다 5~6개 수업을 듣는 대학 상황을 고려해보면, 과목당 팀플이 하나씩은 있는 셈이다. 응답자의 62.8%가 수강신청 할 때 팀플의 유무를 고려한다고 답할 만큼 대학생에게 팀플에 대한 부담은 큰 편이다. 여기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유학생까지 신경쓰다 보니 한국인 학생들에게 더해지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홍수민(커미⋅18)씨는 “아무래도 중국인이 있는 팀이라고 성적에 더 이득이 있는게 나니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현정(커미⋅15)씨는 “지금까지 만난 유학생 중 90%가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다”며 “간혹 열심히 하는 분도 있었지만 한국인 학생들이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고 고충을 얘기했다.

 

△국내 대학의 보편적인 문제··· 팀플 있는 수업 기피현상도 생겨

한중 학생들의 팀플 갈등은 본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균관대는 유학생이 많기로 손꼽히는 학교다. 작년을 기준으로 중국인 학생만 2300명을 조금 웃돈다. 본교 중국인 유학생(2018년 기준 739명)의 약 세 배 정도다.

성균관대 푸위에(馥悦·심리·17)씨는 팀플하면서 가장 싫은 건 카카오톡 회의라고 했다. 그는 의견이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화제가 바뀌어버려서다. 중국인 유학생에게 한국 학생들의 대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팀원이 다섯 명을 넘어가면 의견을 내기가 더 힘들어진다. “다른 학생 의견을 읽고 있다 보니 이미 서른 개 대화가 지나있어요. 우린 천천히 읽어야 하니까 ···” 푸위에씨가 말했다.

푸위에씨는 이번 학기에 팀플이 있는 수업을 단 한 개도 신청하지 않았다. 한국인 학생들도 별로 원하지 않으니 최대한 안 넣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에브리타임에서 댓글 많이 봤어요. 이 수업 중국인 많다, 듣지 마라, 팀플하면 한국인이 다 해야하는 거 알고 신청해라··· 괜찮아요. 우리가 잘 못하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팀플 있는 수업 신청 안했어요.”

그래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더 열심히 한다. 한국 학생들이 중국 학생들에게 갖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내가 노력해서 그 생각 바뀌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중국인들도 있다는 걸 한국인들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