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인식 못 하고 ‘쿵’… ECC 조류 충돌 잇달아
유리창 인식 못 하고 ‘쿵’… ECC 조류 충돌 잇달아
  • 임유나 기자
  • 승인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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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스트라이크 심각성 인식하고 새들이 인지할 수 있는 5X10 규칙 시도해봐야

“ECC 유리창에 새가 부딪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ECC 4번 출구에서 2번 출구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참새가 죽어 있어요.”

 

개강을 맞아 외벽을 깨끗하게 닦은 ECC(Ewha Campus Complex)는 유리가 없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투명함을 자랑한다. 이 투명함은 ECC의 화려한 외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지만, 새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장애물에 불과하다.

유리창을 보지 못한 새들이 그대로 날아가 부딪혀 치명상을 입거나 죽음에 이르는 현상을 윈도우 스트라이크(window strike)라고 한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해마다 유리창 등 유리로 된 구조물에 충돌사한 야생조류는 약 800만 마리로 추정된다.

중앙동아리 야생조류연구회 새랑 회장 김서연(화학신소재·18)씨는 “8월8일에도 ECC에서 산솔새 한 마리가 윈도우 스트라이크로 목숨을 잃었다”며 “올해 봄만 해도 울새 3마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었다”고 전했다. 이어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보를 받고 가보면 목숨을 잃은 새들이 대부분”이라며 유리 건물에서 일어나는 윈도우 스트라이크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ECC 건물은 연면적(대지에 들어선 건축물 하나의 바닥면적의 합) 약 2만 평, 높이 6층으로 이루어진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의 지하 캠퍼스다. 밑으로 깊게 파인 구조 때문에 수직비행이 아닌 사선비행을 하는 새는 ECC에 충돌하기 쉽다. 또 ECC의 큰 유리 구조물은 빛을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해 새들이 건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오전9시~10시와 오후5시~6시에는 ECC 유리창에 선큰가든 수풀이 반사돼 더욱 위험하다. 새가 유리창을 수풀로 인식해 그대로 날아가 부딪히기 때문이다.

본교에서 ECC 윈도우 스트라이크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학생들을 비롯해 교수, 자연사박물관, 행동생태연구실 및 생명다양성재단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이 윈도우 스트라이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재천 교수(에코과학부) 역시 심각성을 느껴 건물을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건축가에게 조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근본적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이 아닌 새들을 밀어내기 위한 초음파 소리내기, 맹금류 스티커 붙이기 같은 형식적인 내용뿐이었다.

반면, 학교 측은 윈도우 스트라이크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본교 관리처는 교내 윈도우 스트라이크에 대해 “학내에서 새가 부딪히는 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제보를 받은 바 없어 관련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ECC에 이어 지난 6월 완공된 연구협력관 역시 건물 한쪽 전체가 유리로 돼 있다. 특히 안산과 가까이 위치한 연구협력관은 숲을 향한 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생명다양성 재단 안재하 연구원은 “산과 인접한 경우 새들의 활동지에서 가깝고 유리창에 나무와 숲 같은 자연이 비치기 때문에 새들이 더욱 많이 충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답했다. 이상돈 교수(환경공학 전공)도 “윈도우 스트라이크는 항상 존재하는 위협이므로 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윈도우 스트라이크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 하나고 구름다리 창문에 부착된 '도트필름(dot film)'. 학교 건물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새들이 유리창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트지로 만든 도트 필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사진출처=생명다양성재단
윈도우 스트라이크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 하나고 구름다리 창문에 부착된 '도트필름(dot film)'. 학교 건물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새들이 유리창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시트지로 만든 도트 필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출처=생명다양성재단

전문가들은 윈도우 스트라이크를 줄이고 야생조류와의 공존을 위한 방법으로 ‘5X10 규칙’을 강조했다. 환경부에서도 홍보하고 있는 5X10 규칙은 상하 5cm, 좌우 10cm 간격으로 조류가 인식할 수 있는 무늬를 유리창에 적용하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박사 연구진은 새들이 높이 5cm, 폭 10cm보다 좁게 점을 찍거나 선을 그으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점에서 착안해 이 규칙을 만들었다. 실제로 5X10 규칙에 따라 모든 유리창에 도트 필름(dot film)을 붙인 국립생태원에는 조류 충돌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안 연구원은 “이화여대는 안산과 연결돼 홍여새 같은 희귀 조류가 발견될 정도로 특별한 야생동물 피난처”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문제에 관심 있는 교내인들이 많은 만큼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