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은 기다려야 상담신청 가능해…상담사 노력에만 기대기엔 한계 있어

 

그래픽=이화원 기자

 

“작년 7월에 신청했는데 4개월이 지난 11월이 돼서야 상담할 수 있었어요. 상담이 시급한 학생에게 즉각적인 상담이 제공되지 않아 아쉬워요.”

강수빈(행정·15)씨는 개인상담 신청 후 오랜 기다림 후에 프로그램 이용이 가능했다. 학생들의 상담 수요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본교 학생처 학생상담센터(상담센터)는 11명의 전임 상담사를 두고, 약 20개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평균 전임 상담사 6명, 진행 프로그램 3~6개인 타 사립대와 비교했을 때 본교 상담센터는 큰 규모지만 실상 학생들은 원하는 때에 상담센터의 개인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기준, 방문상담 예약은 내년 2월28일까지 모두 마감돼 있다. 비공식적 오프라인 신청 대기 기간은 약 5개월이다. 상담사와 일대일로 진행되는 개인상담은 이화포탈정보시스템(eportal.ewha.ac.kr) 유레카통합행정을 통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급할 경우 비공식적 오프라인 창구로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사전예약이 취소될 경우에 한해서다.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과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오랜 대기시간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심선희(환경·16)씨는 작년 겨울 개인상담을 신청했지만 여름 방학이 돼서야 상담을 시작했다. 심씨는 “방문상담 신청 경쟁률이 심하고 신청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상담이 가능하다”며 “운 좋게 오전9시에 한 자리가 비어 겨우 신청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6개월이 지난 후에야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상담센터는 개인이 전문 상담사와 일대일로 만나는 개인상담,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전문 상담자와 모임을 갖는 집단상담, 개인의 심리학적 측정 과정인 심리검사 등 1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상담만 1년에 8000건에서 1만 건 정도로 모든 프로그램을 합쳤을 경우에는 5만 건 정도 된다. 

상담센터 오혜영 소장에 따르면 본교 상담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타대에서 벤치마킹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 소장은 “본교는 상담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학생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학교 재정과 학생들 수요 사이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 소장에 따르면 학생 500명 당 상담전문가 1명이 학교 상담의 적정 비율이다. 하지만 현재 상담센터의 전임 상담사는 11명이다. 상담사 1명이 학생 약 2000명을 담당하는 꼴이다. 이마저도 내년 2월 특별 상담이 끝나 전임 상담사가 9명으로 줄어들면 상담사 1명이 학생 약 2700명을 맡게 된다. 

본교 상담사 한 명이 일주일에  맡는 상담은 20개 정도로 12~14개 정도인 타대보다 많다. 이외에도 상담사들은 한 사람 당  3~4개의 심리건강사업과 학교 업무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교적 많은 업무와 긴 대기 시간에 대해 오 소장은 “그동안의 경험상 상담사 2명을 고용하면 대기 시간이 한 달 줄어든다”며 “대기 시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담사의 수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상담센터 조영미 특임교수는 “상담을 잘하려면 쉬어가며 준비를 하고 다음 내담자를 봐야하는데 틈틈이 상담 업무 이외에도 행정과 사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즉각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던 적이 많다”며 “가능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빨리 올 수 있도록 상담사 수가 늘어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 소장은 “청소년상담기관이나 공공상담기관, 기업상담기관에 비해 대학 상담이 열악하다”며 “상담사 개인의 헌신과 애교심에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어 현재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학생 1500명당 상담사 1명, 1000명당 1명 정도로 점차 상담사가 맡는 학생 수를 줄여가야 한다”며 “국가도 어느 정도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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