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롱패딩 같이 구매할 벗 구해요!”

 

작년 9월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ac.kr)에 비건 롱패딩을 공동구매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오리털 롱패딩 공동구매가 아닌 비건 롱패딩 공동구매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건 롱패딩은 충전재가 오리털이 아닌 인조소재인 신슐레이트(초극세사 섬유층 사이에 미세 공기층이 형성돼 체열을 붙잡아 보온 성능을 하는 소재), 웰론(패딩충전재로 주로 사용되는 인조오리털) 등으로 채워진다.

 

최근 동물권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롱패딩 같이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의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동물로부터 채취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의 ‘비건 패션’이라는 용어도 생겨나며 비건은 이제 채식을 넘어 패션 분야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본지는 5일(수)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본교에 퍼진 비건 패션에 대해 알아봤다.

 

△동물의 비명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패션업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비건 패션

△본교 학생들 “동물 학대를 모른 척할 수 없어요”

 

△동물의 비명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기존 동물성 패션의 생산 과정에선 동물 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공개한 모피 생산 영상 속 동물들은 털을 생산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겨울용 점퍼의 충전재를 생산하기 위해 오리와 거위는 산 채로 깃털이 뽑힌다. 여우와 라쿤은 전기충격으로 기절시켜 산 채로 가죽을 벗긴다. 죽으면 몸이 굳어 가죽을 벗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산 채로 털을 뜯기며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친다. 페타의 토끼털 생산 농가 영상에서 니트에 쓰이는 앙고라를 생산하기 위해 토끼 털을 뽑을 때 토끼는 비명을 지른다. 토끼는 원래 성대가 퇴화해 울지 않지만 고통에 울부짖는다. 이러한 과정은 털이 다시 자라면 계속해서 반복된다. 털을 깎으면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털은 생산할 수 있음에도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털을 뽑는다. 털을 깎는 것보다 뽑았을 때 약 1cm 더 길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 비건 패션

이러한 동물 학대에 대한 대안으로 ‘비건 패션’이 떠오르고 있다. 동물 윤리의식이 높아지고 인조소재 발달로 동물성 소재 없이도 필요한 옷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비건 패션이 확산됐다.

 

동물성 소재를 반대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패션 기업도 변하고 있다. 세계적 패션 기업 버버리(Burberry)와 구찌(Gucci)는 작년부터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퍼 프리(fur-free) 선언을 했다.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K2 등 국내 패션업계도 오리털 패딩에 RDS인증(Responsible Down Standard·다운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을 받으며 비건 패션을 도입했다.

 

인조소재의 기능성은 동물성 소재와 큰 차이가 없다. 신혜영 교수(의류산업학과)는 인조소재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인조소재가 동물성 소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하기 쉽다”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더위나 추위를 막기에 무리가 없고 패션성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본교 학생들 “동물 학대를 모른 척할 수 없어요”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본교에서도 패션에서 동물권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9월,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학생회는 학부생들과 의류 사업을 실시했다. 의류 품목 선호도 조사에서는 오리털 롱패딩 수요가 두 번째로 높았지만 동물 학대 문제로 공동구매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의류사업을 담당했던 학생회 공동대표 이수연(커미·16)씨는 “오리털 롱패딩 생산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일어남을 인지했고, 동물권을 훼손하는 공동구매 진행은 학생회가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양과목 <나눔리더십>에서도 비건 패션에 대한 실천 활동이 진행되기도 한다. 비거니즘 입문 및 실천을 돕는 ‘비거니즘어렵지않조’는 비거니즘 실천 내용을 적는 비거니즘 일지의 항목에 비건 패션을 포함했다. 조원들은 “비거니즘은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상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비건식 못지않게 동물성 소재 옷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가죽, 앙고라, 캐시미어 등 동물성 소재를 얻는 과정은 비윤리적 도축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비건 패션을 지향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관련 연구도 이뤄졌다. 김남희(패션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씨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동물성 소재의 대안으로 비건 패션에 관심을 가져 ‘대안전략으로의 비건 패션 브랜드 현황’(김남희, 2018)이라는 논문을 학회지에 투고했다. 비건 패션의 발생 배경부터 동물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와 비건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를 다뤘다.

 

 

 

김씨는 “비건 패션은 이제 시작하는 연구 분야로 동물 복지에서 나아가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인조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효모로 생분해되는 바이오 소재 같은 신소재가 개발되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말자’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던 비건 패션이 이제 환경문제까지 포괄한다”며 앞으로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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