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제작된 김영의 선생 초상화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1974년 제작된 김영의 선생 초상화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이화 창립 133주년이자 고(故) 김영의 선생 타계 33주년인 올해 고인의 뜻을 기리는 의미로 ‘김영의 사진·유물전과 추모 음악회’가 개최됐다. 

김영의 선생의 가르침에 보답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 <김영의, 음악으로 ‘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는 20일~25일 ECC 대산갤러리에서 진행됐다. 갤러리 안은 그가 생전에 사용했던 유품과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가득했다. 본교에서 평생을 보낸 김영의 선생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며 역사관이 보관한 약 천장의 사진 중 일부다. 

사진을 따라 눈으로 쫓다 보면 제자들의 인터뷰가 나오는 모니터를 볼 수 있다. 김혜숙 총장부터 윤승현 음악대학장까지 수많은 인사들이 김영의 선생을 향해 존경심을 표했다. 한 제자는 “선생님은 제자 500명의 이름을 다 외웠다”며 따뜻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갤러리 안쪽에는 김영의 선생의 업적과 일대기를 정리해 놓은 판넬이 벽 한 면을 장식했다. 음악대학(음대)의 초석을 마련하고 한국 음악사에 큰 공헌을 한 김영의 선생의 일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화여자전문학교 음악과(피아노 전공) 3회 졸업생인 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줄리어드 음악학교(The Juilliard School)에서 유학한 뒤 라디오경성방송, 전국순회음악회 등 여러 연주 활동을 하며 활약했다. 

특히 마지막 판넬인 ‘스승 김영의’에서 제자들을 향한 애정과 음악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음악 교육에 관심이 많아 직접 교재를 집필했다. 민원득 교수와 편찬한 「음악 사전」은 연주기호, 음악사적 개념, 외국어 음악 용어 등을 간략히 설명한 포켓형 음악 용어 사전이다. 그의 노력으로 최초의 여성 작곡가 김순애 등 유능한 인사를 배출할 수 있었다. 

갤러리를 한 바퀴 돌고 입구를 나서기 전 김영의 선생의 초상화와 그가 사용했던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피아노 위에 놓인 악보 속 어긋나지 않은 음표들은 그의 철저했던 태도를 보여준다. 엄격했지만 따뜻했던 그의 모습은 많은 제자들에게 귀감이 돼 그의 초상화 아래는 선생님을 향한 애정 어린 제자의 화환이 놓여있다. 

초상화를 감상하던 나효선(기악·70년졸)씨는 “선생님께 건반 화성을 배웠는데 모습을 뵈니 반갑다”며 “연습실 피아노를 깨끗하게 관리하도록 엄격하게 지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김은하 교수(작곡과)는 “김영의 선생은 음대의 기틀을 만들고 이론 연구와 교육에 큰 힘을 쓰셨다”며 “가르침에 보답하고자 음대 동창회에서 추모 행사 기획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직업인으로서 연주가가 김영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김영의 선생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2일 오후7시 음악관 김영의홀에서 열린 김영의 선생 추모 음악회 〈참 아름다워라〉에서 앵콜 곡으로 ‘참 아름다워라’(1916)가 연주되고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22일 오후7시 음악관 김영의홀에서 열린 김영의 선생 추모 음악회 〈참 아름다워라〉에서 앵콜 곡으로 ‘참 아름다워라’(1916)가 연주되고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흘러나왔던 찬송가 ‘참 아름다워라’는 음악관 김영의홀에서도 이어졌다. 22일 본교 음악관 김영의홀에서 <참 아름다워라>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 당일 김영의홀은 2층까지 관객들로 가득 찼다. 박은영 아나운서(미술사학과 석사과정)가 사회를 맡은 음악회에서는 김영의 선생을 추모하며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56’ ▲‘참 아름다워라’ ▲‘밤의 소리’ ▲‘김영의 회갑 축가’ ▲‘레퀴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가 연주됐다. 지휘는 성기선 교수(관현악과)와 박신화 교수(성악과)가 맡고 연주는 이화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화챔버콰이어, 본교 음대 합창단이 맡았다.

찬송가 ‘참 아름다워라’는 김영의 선생이 생전에 좋아했던 곡이다. 음악회에서는 디골러(D. Goeller)가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됐다. 관현악과 더불어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한 연주 소리가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마지막에 앵콜로 한 번 더 연주됐는데 이번에는 이화 합창단이 부르는 버전으로 객석에서 관객들이 따라부르며 밝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도 나타났다. ‘밤의 소리’는 황병기 선생이 심전 안중식의 ‘성재수간도’라는 그림을 보고 작곡한 가야금 독주곡이다. 이번 연주회에선 조재식이 오케스트라와 가야금을 이용해 편곡한 버전으로 가야금과 오케스트라가 오묘하면서도 조화로운 밤의 소리를 표현했다. 현란하고 몽환적인 가야금 소리에 빠진 관중은 연주가 끝난 뒤 큰 박수로 화답했다.

마지막 곡이었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데이비드 클라이스데일 (David Clysdale)이 편곡해 헨델의 ‘할렐루야’와 결합한 곡으로 관중들에게 익숙한 멜로디를 선사했다. 이화 합창단과 이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찬송가 연주에 관객들은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학부 때 본교 서양음악을 전공한 배나경(교육대학원 석사과정)씨는 학부생 때 자주 지나치던 김영의홀의 의미를 되새겼다. 배씨는 “뜻깊은 일을 하신분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음악회 중 상영된 소개 영상을 보고 더 자세하게 알게 됐다”며 김영의 선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임다영(국제·17)씨는 “김영의 선생님께서 한국 음악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는데 이분을 기리는 음악회가 열려 좋았다”며 “채플에서 듣던 ‘참 아름다워라’를 합창으로 들으니 새로웠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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