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흔적 속에서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어느새 한 학기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뜨거운 햇살에 벌써부터 한여름이 걱정되는 나날입니다. 
5월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이대학보는 2019년 1학기 발행을 한 회차 남기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학기를 조금씩 준비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19년 2학기를 꾸려나갈 새로운 데스크가 선발됐고,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102기 인턴 기자 분들도 함께 발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CC B217호의 이대학보 편집국을 사용한지도 어연 11년이 지났습니다. 새해를 맞이할 때 목욕재계를 하듯 새 분기를 맞이하기 전, 학보 기자들은 편집국 구석구석을 다 뒤집어엎어 대청소했습니다. 학보 기자들의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진 학보의 부수만큼이나 쌓인 기자들의 생활과 추억이 담긴 짐과 먼지를 모두 훌훌 털어냈습니다.
‘누군가의 물건이겠거니’하고 내버려뒀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니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예전의 편집국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기사를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한 고민부터 고치고 또 고친 기사들의 흔적도 있었습니다. 양쪽 귀의 칠이 벗겨진 돼지 저금통부터 너덜너덜한 10년 전 학보 회의록까지. 이제는 노트북과 컴퓨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타이핑 기계도 발견했습니다. 10년 전 뉴욕타임즈를 스크랩해 놓은 책은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 꼭꼭 숨어 있었습니다. 대청소를 마음먹지 않았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유물’을 발견한 셈입니다. 알게 모르게 편집국에서 함께 숨쉬고 있던 학보의 물건들이 학보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책상 뒤편에 먼지 쌓여 있던 상패는 잘 닦아 학보 가운데 테이블에 올려뒀습니다. 작고 빛바랜 대학신문상 상패를 보고 있자니 새삼 이대학보의 영향력에 대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청소를 하며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필요한 것은 추려내는 과정이 비단 B217호이라는 물리적 공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언론이 위기라고 합니다. 이화를 대표하는 언론기관으로서 안과 밖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필요한 것은 발전시키겠습니다. 앞으로도 한걸음씩 나아가는 이대학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소 중 발견된 타이핑 기계
청소 중 발견된 타이핑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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