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팔꿈치 언저리가 간지러운 게 느껴졌다. 반가운 올해의 첫 모기다. 크게도 물었구나, 녀석. 스터디에 가려고 집을 나서니 부쩍 더워진 날씨가 여름의 초입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는 ‘낮 기온 33도’, ‘때이른 무더위’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열이 많아 더위와 모기에 모두 취약한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모기와 함께 취뽀내뽀의 마지막 마감도 훌쩍 다가왔다. 이는 기말고사가 머지않아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백수인 나는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다.

더위와 모기 말고도 이 여름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취준을 시작하고 첫 필기시험에 응시했던 게 재작년 여름, 그리고 가장 산산이 뽀개진 탈락을 겪은 게 작년 여름이기 때문이다. 두 여름 다 가만히 있기에도 힘들도록 더워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그때보다는 훨씬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르게 시작해버린 더위에 지난 여름들이 떠올라 주춤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기름칠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곱창에 볶음밥까지 든든히 챙겨먹고 24시간 카페를 찾았다. 과거에 얽매여 이 여름을 날리기엔 할 일이 많았다.

사실 1편에 나온 서른 번째 탈락 이후 나는 한 번도 탈락하지 않았다. 언론사 공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몰려서 뜬 공채에 최근 몇 주간은 모기물린 자리의 간지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바빴다. 지난주 오랜만에 본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한동안은 매주 주말 필기시험을 보러 다녀야 한다. 오늘도 이 글을 쓰고 나면 상식 벼락치기를 위해 밤을 지새워야 할 판이다. 평소에 더 열심히 하지 그랬냐고 셀프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정신을 다잡아 본다. 연이은 시험이 바쁘게 지나가고 나면 완연한 한여름이 돼있을 것이다. 그 무더위를 어떤 마음과 상태로 버티게 될까.

솔직히 앞으로 얼마나 더 탈락해야 취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취준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직장인 칼럼으로 돌아오겠다’는 각오나 ‘여러분은 금방 취업할 수 있을 테니 힘내라’는 낙관적인 위로 같은 건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뽀개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간절한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이 무서워 조바심을 내는 건 다르다. 때때론 정말 죽어라 했지만 안 되는 일도 분명히 있다. 그러니 후회 없이 했다면, 다음 목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지키자. 또 뽀개지더라도, 다시 붙이면 되지! 나를 비롯해 여름을 버티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취업을 뽀갰다는 기쁜 소식으로 이 연재를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속 시원한 사이다를 주지 못하고 떠나게 돼 유감이다. 그렇지만 내가 목표로 했던 모습과 조금은 가까워진 어떤 미래에,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은 기자가 돼 분투하고 있을 어느 순간에 취업을 뽀개고 사회에 나선 소감을 다시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취뽀내뽀는 끝나도 ‘취업 뽀개려다 내가 뽀개지는’ 일상은 계속될 예정이니,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연락 주시라. 무더위를 날릴 시원한 소주만 있으면 달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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