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소정 특파원(국문·16)△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 권소정 특파원(국문·16)△ 2019년 1학기 핀란드 교환학생

 

“키토스!(Kittos)” 유바스큘라(jyvaskyla)에 산다면 버스에서 내릴 때 해야 하는 말이다. 핀란드어로 고맙다는 뜻으로 운전사가 들을 수 있게 크게 외쳐야 한다. 핀란드 대중교통 문화는 지역마다 다르다. 아무런 인사 없이 그냥 내리는 지역도 있고, 내릴 때 손을 들어서 인사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유바스큘라에 처음 온 사람들이다. 아니면 고집 센 사람들이거나. 초반에는 어색해서 말하지 못 했지만, 고맙다는 말을 알고 나서도 소리 내서 말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요즘에는 스스로와 타협해서 아주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내린다.

 

1월5일 찍었던 사진. 정말 1년 내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제공=본인
1월5일 찍었던 사진. 정말 1년 내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제공=본인

유바스큘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버스가 유일하다. 버스가 아니면 차,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기온은 -20도, 길에는 눈이 가득. 자전거는 당연히 못 탄다고 생각했는데 강한 핀란드 사람들은 폭설이 와도, 빙판길이어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물론 나는 2월에 중고 자전거를 산 뒤 ‘다들 타는데 나도 타볼까’라고 생각하며 시도한 첫날 추위에 얼굴과 손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아 포기했다. 3월 초에는 기온이 조금 올라가서 ‘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다녀볼까?’ 생각만 하던 차, 늦잠 때문에 지각할 거 같아 강제로 자전거를 타고 부랴부랴 나갔던 적이 있다. 기숙사가 있는 동네 이름 로닌마끼(Roninmaki)에서 마끼(maki)는 핀란드어로 언덕이라는 의미다. 평지인 핀란드에서 흔치 않은 높다란 언덕 위에 있는데, 여길 급한 마음에 브레이크도 잡지 않고 내려오다가 따뜻한 기온에 녹은 빙판 위에 제대로 엎어져 일주일 동안 허벅지에 큰 멍을 달고 다녔다. 5월 첫째 주에도 눈이 와 하룻밤 사이에 길이 다시 눈길이 됐었다. 이러다 한 달도 제대로 못 타고 자전거를 되팔아야 할까 걱정이다.

 가운데 분홍색 자전거가 내 것. 중고거래 직 후 학교 자전거 주차장에 놓아둔 모습. 보이다시피 양옆 자전거 안장에 눈이 없는데, 자전거를 탄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제공=본인

 

 

 

 

 

버스카드의 모습
제공=본인

3월 초까지 2개월 동안 정기권을 사 버스를 타고 다녔다. 30일 정기권 가격은 55유로. 버스카드 비용인 3유로가 포함된 가격이다. 두 번째부터는 카드값이 제외된다. 버스카드 없이 그냥 탈 때는 3유로씩, 카드가 있으면 1.6유로만 내면 된다. 한국에서는 교통비로 매달 8만 원도 넘게 썼었는데, 여기 오니까 6만 원이 조금 넘는 한 달 교통권을 사는 것도 아까워 두 번째 달 결재할 때는 많이 망설였다. 물론 사고 나서는 대충 셈해 보니 하루에 3번 이상 버스를 타 알차게 사용하긴 했지만. 4월부터는 눈이 오면 버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정기권 대신 필요할 때마다 버스카드를 충전해서 다니는 중이다.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부스로 된 버스정류장의 경우에는 몇 번 버스가 서는지, 배차 간격이 어떻게 되는지, 어느 방향인지 안내해주는 종이가 붙어있다.
제공=본인

보통 핀란드 버스정류장에는 배차 알림 전광판이 없다. 배차 간격이 적힌 종이만 붙어있다. 물론 핀란드어로 돼 있어서 도움은 안 됐다. 핀란드어 수업을 2달 듣고 나니 겨우 ‘시내로 가는 방향 버스 배차 표였구나’라고 알았을 뿐이다. 대신에 ‘링키(Linkki)’라는 앱을 쓴다. 배차 표와 승·하차 정류장을 알려주고 경로 추천도 해준다. 그런데 유바스큘라 지역의 유일한 대중교통 앱이면서 눈이 와 늦어지거나 하는 상황들을 실시간으로 반영해주지 않는다는 큰 결함이 있다. 3월까지 도로에 눈이 쌓여 미끄러우니 버스가 속도를 못 냈는데, 배차 표보다 꼭 3분씩 늦었다. 하루는 ‘어차피 3분 늦으니까 여기에 맞춰서 나가야지’ 했다가 놓쳐서 20분 동안 덜덜 떨다 다음 버스를 탄 적도 있다. 물론 수업에도 지각했다. 자정이 넘으면 3분이 아니라 15분씩 늦는 일도 예사다. 하지만 버스가 늦든 정시에 정류장에 서 있는 편이 개인의 신체와 정신건강에 좋다.

안내방송도 안 해준다. 벨을 눌러야 서고, 아니면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손짓해야 선다. 항상 버스를 타면 앱을 계속 켜 두면서 내릴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내릴 정류장이랑 가까워지면 벨을 누르는데, 몇 번 하다 보니까 그냥 안내방송을 해주지 굳이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교환학생 생활이 마무리 단계인 지금은 지도만 보면서 다닌 덕분에 굳이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잘 타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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