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경찰말고 여자 경찰한테 이야기하고 싶어요”

여성대상범죄 피해자들이 경찰서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남성 경찰보다 같은 성별인 여성 경찰을 더 편하게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조사과정에서 본인의 성 범죄 피해사실을 설명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피해자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 경찰을 조사관으로 원하는 반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경찰은 적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여성 경찰에게 조사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적은 인력으로 성범죄에 대응하는 여성 경찰들은 일의 양이 많아 부담이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성범죄는 증가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인 한 유투버는 영상을 통해 “남자한테 맞았기 때문에 남자 경찰에게 조사받는 것이 꺼려져 여자 경찰한테 조사받겠다고 요청했더니,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다가 결국 다음 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날 만난 여자 경찰이 이야기를 잘 들어줘 좋았지만 나 말고도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 힘들어보였다”고 덧붙였다.

1946년 첫 여성 경찰이 탄생한 후 73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여성 경찰의 비율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이 늘어나는 여성범죄와 성평등 정책 기조에 맞춰 2022년까지 전체 경찰 중 여성 경찰의 비율을 15%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은 모자란 실정이다.

이에 지난 1일 경찰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됐다. 여성경찰 독립부서가 최초로 신설된 1947년 7월 1일을 기념해 기존 시행되던 ‘여경의 날’을 부활하자는 게 주 내용이다. 이 법안은 여성 경찰 채용을 장려하고, 권익을 보호한다는 의도와 달리 일반적인 경찰로부터 여성 경찰을 인식적으로 분리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이런 법안이 발의될만큼 여성 경찰의 입지가 좁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여성 경찰 전체 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부서 편중이다. 여성 경찰 전체 비율은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현장직인 지구대, 파출소에 근무하는 여성 경찰 비율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여성 경찰이 행정직에 배치될수록 현장에서 여성 피해자들에 공감하고,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진다.

여성 경찰의 행정직 배치는 여성 경찰은 현장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선입견과 임신·출산에 따른 공백을 문제삼아 여성 경찰을 꺼리는 현장 분위기가 원인이다. 특히 여성 경찰의 능력에 대한 선입견은 사회 교육적 측면의 개선이 요구될만큼 문제다.

이러한 현실은 사실상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와 성차별 문제에서 기인한다. 여성은 시민을 지키는 경찰이 되기에 나약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국가가 여성의 임신·출산에 따른 직장에서의 차별을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의미다.

성범죄 대응 등 여성 경찰의 효과적 배치, 선입견의 개선 등을 통해 하루빨리 여성 경찰이 차별받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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