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손님 관찰기, 사소한 차이의 힘으로

생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커피와 디저트를 좋아하다 보니 남모르게 카페 아르바이트에 대한 나름 진지한 로망을 키워왔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취업 준비가 현실이 되면서 점점 이 일을 경험할 기회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평생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카페 알바생 라이프를 시작했다.

카페 알바생의 업무는 생각보다 더 다양했다. 출근하자마자 홀과 화장실 상태를 체크한다. 손님이 오면 주문도 받고, 음료도 만들고, 설거지도 한다. 틈틈이 떨어진 비품을 채워 넣고 청소까지 하는 것까지 당연히 알바의 몫이다. 다양한 일들 중 알바 초짜인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주문을 받는 일이었다. 다양한 음료의 이름, 적용되는 할인, 적립, 거기에 반품하는 법까지 외워야 하니 주문을 받는 것만 해도 상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기계를 다루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카페 알바를 한다고 하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진상 손님을 만나보았는가’였다. 아직 누군가를 때리거나 직원에게 물을 끼얹는 갑질 보스를 만나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진상’ 손님의 탄생은 이런 파격적인 행위보단 훨씬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주문을 받다 보면 의외로 손님의 아주 사소한 부분들까지 주의하게 된다. 손님의 표정, 말투, 눈빛은 물론이고 카드를 건네주는 방식까지 보인다. 이제 겨우 한 달을 채웠지만 카드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표창처럼 날려주는 분, 다짜고짜 반말로 주문을 하는 분, 그리고 빵이 모형과 다르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분까지 참으로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 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더 흔하지만 기분이 상하는 손님은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는 손님’이었다.

인사도 무시하고 주문하는 내내 싸늘한 표정을 한 손님들을 보고 있자면 가끔 나 자신이 키오스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한때 비슷한 표정으로 반대편에 서있었을 내 모습을 상기하며 알바를 대하는 일에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신경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카페 알바를 한다는 소식에 친한 언니가 물었다. “어떤 손님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 매번 진상 손님 설명만 하다가 이런 질문을 들으니 머뭇거렸다. 하지만 진상 손님이 아주 사소한 차이에서 판가름 되듯 좋은 손님도 그러했다.

“그냥 눈짓으로라도 인사받아주는 손님? 웃어주는 손님이면 그냥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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