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전 애인을 소환해 ‘자니..?’라며 수면 안부를 묻는 야심한 새벽. 어쩐지 할 일이 쌓여 있을 때만 재밌어 보이는 뉴스를 보다 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기자 준비 스터디를 함께 했던 스터디원이다. 요즘 이렇게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에서 이름을 볼 수 있는 스터디원이 꽤 늘었다. 2년 동안 함께 공부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취준 생활을 더 각박하게 하는 진상도 있었다. 새벽 감성을 빌려 전 스터디원들을 소환해보고자 한다.

A는 내 첫 스터디원이었다. 온라인 언론고시 준비 커뮤니티에 모집 글을 올려서 지원한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많은 게 걸렸지만 ‘장수생의 관록’을 기대하며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에게서 얻은 건 ‘결정은 언제나 신중하게 하자’는 교훈뿐이었다. A는 성희롱과 허언을 일삼았다. 응원이랍시고 여자 스터디원의 어깨와 팔뚝‘만’ 주물렀고, 개인적으로 연락해 술자리와 귀가 시간을 단속했다. 지적을 하면 “예뻐서 걱정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외모 평가도 일상이었다. 우리 스터디에서 들은 면접 경험을 다른 스터디에서 본인의 경험인 마냥 밝힌 사실이 들통 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서 반년을 버텼지만, 결국 스터디는 해체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A가 여전히 우리가 공부했던 지역에서 스터디를 하며 같은 만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뼈아픈 경험 후 스터디원은 최소 한 다리의 ‘검증’을 거쳐 구했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과제는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자료만 빼가는 사람, 지나치게 잦은 슬럼프로 모두의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뜨린 사람, 다른 스터디원의 글을 깎아내리기 바빴던 사람 등등. 스터디가 취준의 전부는 아니지만, 매주 2번씩 만나 공부하는 스터디에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당연하다.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는 말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하면서 좋은 스터디를 찾아 헤맸다. 그 결과 지금은 현명하고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취뽀내뽀 1편이 나간 뒤 가장 먼저 곱창을 사주겠다고 연락한 사람도 함께 공부했던 친구였다. 함께 공부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생각의 깊이가 깊고 똑똑한 스터디원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합격한 후에 말하지 않아도 먼저 자신의 자기소개서와 논술, 면접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줬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격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뻐하고, 힘들 땐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격려한 스터디원들 덕분에 실력과 마음을 단단하게 키울 수 있었다. 

결국 ‘사람’의 일이다. 스터디를 전혀 하지 않고 혼자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좋든 싫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진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힘이 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혹시 또 이상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다른 스터디를 찾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사회에 나가면 수많은 진상을 만나게 될 텐데, 미리 소중한 기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인연만 잘 간직하면 된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피프티 피플」의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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