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권과 강의 환경 조성 사이 딜레마에 빠진 교수, 강의 계획 변동으로 혼란겪는 학생들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수강신청 대란을 치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증원 대란’이 일어났다. 지난 4일, 첫 수업시간 강의실은 교수에게 일명 ‘빌넣’(빌어서 넣기)을 위해 모인 학생으로 북적였다. 강의 진행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첫 수업이지만 강의 관련 질문이 있냐는 교수의 말에 “증원해주냐”는 목소리만 나왔다.

교무처 수업지원팀(수업지원팀)에 따르면 이번 학기 교수가 직접 증원한 강의는 689개. 수업지원팀 차원에서 증원한 강의를 포함하면 약 700개가 넘는다. 개설 강의의 약 25% 가 개강 이후 수강 인원이 바뀐 셈이다.

증원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은 수업마다 다르다. 개강 첫날 참석한 모든 학생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이 있는 반면 추가 학기생 혹은 4학년 학생만 허용하는 수업도 있다. 증원을 아예 받지 않는 과목도 다수다. 박미본(사교·16)씨는 “<청춘의자기이해> 과목은 고학년만 증원해준다고 들어 수강 신청 실패 후 증원 메일을 보냈지만 증원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듣고 싶은 강의를 수강하지 못해 속상했고, 결국 수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의 수강생 증원은 대부분 교수 자율로 이루어진다. <인물로읽는한국사> 수업을 맡은 김수자 교수(호크마교양대학)는 8명 증원을 하며 강의실 변경을 2번 했다. 김 교수는 “증원이 교수 자율로 돼 있어 매 학기 증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수업으로 운영되니 일방적인 교수 강의만 하게 돼 수동적인 수업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본교 핵심교양의 정원은 80명 이상으로 그마저도 증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영대학 전공필수 과목 <마케팅관리>를 담당한 이현주 교수(경영학과)는 “이번 학기 특히 증원 요청이 많아 당황스러웠다”며 “수강 신청 실패를 우려해 미리 증원 여부를 알고 싶었던 학생들이 1월 말부터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융합기초 과목인 <컴퓨팅적사고와프로그래밍>을 맡은 고려대 김영원 교수(컴퓨터공학과)는 “40명 정원 수업을 380명이 장바구니에 담은 걸 알고, 다른 분반 교수님과 상의해 분반을 추가 개설했다”며 “신산업융합대학을 졸업하려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라 이번에 듣지 못하면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 위주로 듣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증원된 수업에서 예정되지 않은 인원 변동으로 강의 계획, 강의실 등이 변경되자 기존 수강생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혜인(정외·17)씨는 “전공수업에 늦으면 자리가 없고, 워낙 붙어 앉아 필기할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추가 책상을 가져와 수업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PR커뮤니케이션>을 수강하는 엄지수(커미·17)씨는 “강의실이 이화∙포스코관에서 종합과학관 B동으로 바뀌었다”며 “다음 수업 장소를 고려해 시간표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다음 수업을 시간 내 가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증가한 수강생으로 강의를 맡은 교수 또한 우려를 드러냈다. 서을오 교수(법학과)는 “강의실이 꽉 차다 보니, 늦게 온 학생들이 앉을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며 “수강생들에게 1인 1좌석만 사용하도록 협조를 요청했고, 임시 의자를 추가로 뒀다”고 말했다. 이어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해 증원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생겼다”며 “증가한 인원으로 강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학생들의 쾌적한 수강이 불가능한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전공 수업은 증원 대상을 ‘가위바위보’로 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강의를 수강하는 김민송(커미·16)씨는 “두 줄로 서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그 결과로 수업 수강이 결정되는 상황 자체가 당황스러웠다”며 “이 수업을 들어 전공 학점을 채워야 하는데, 순간의 운으로 졸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는 입을 모아 강의 개설 이전 수요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숙 강사(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강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업 내용과 목적에 맞도록 수강 인원을 조정해야 한다”며 “강의 개설 이전 강의 수요도에 대한 파악을 선행해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전했다.

해당 상황에 대해 단순히 강의실 문제뿐 아닌 이면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증원이 다수 강의에서 이뤄지며 ‘학생 쏠림’ 현상이 벌어진 상황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강의 개설을 위해 교수들이 수업 연구를 열심히 한다”며 “일부 강의에 학생이 쏠리면 분명 그 반대에는 폐강되는 과목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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