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도 중요하지만 아플 땐 쉬어가기

며칠 전 새벽 4시. 극심한 통증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고요하고 어두운 방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턱을 부여잡았다. 살짝 눈물이 맺힌 것 같기도 했다. 아, 이게 치통이구나. 치통이 산통과 함께 의학계가 인정한 3대 통증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 동안 과소평가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얼음주머니를 턱에 대고 몇 시간을 더 앓다 아침이 되자마자 치과로 달려갔다. 기상스터디 결석으로 벌금이 쌓였지만 가벼운 지갑 사정을 고려할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했다.

“충치가 있거나 엑스레이상 큰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는데…. 혹시 최근에 아주 피곤한 일 있었어요? 야근을 많이 했다거나.”

아뿔싸, 방심한 사이 또 취업 공격을 당했다. 입이 마취된 탓에 제대로 반박도 못했다. 의미 없이 웅얼대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진통소염제와 항생제, 그리고 ‘휴식’을 처방했다. 피로로 인한 급성 염증이라는 진단이었다. ‘취준생에게 휴식이라니, 그 무슨 사치스러운 소리입니까!’라는 말이 마취된 혀끝에서 맴돌았다.

취준생이 아프다는 건 곧 몸과 마음이 모두 불편한 상황에 직면했음을 뜻한다. 학교에 다닐 땐 아파서 수업에 빠지면 합법적 일탈이라는 쾌감이라도 느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무도 내가 스터디에 빠진다고 문제 삼지 않지만 자괴감에 편히 쉬지 못한다. 머리까지 콕콕 올라오는 통증 탓에 책도 읽지 못하고 누워있자면 가는 시간만큼 조바심도 늘어만 가는 것이다. 내가 잃은 건 스터디 벌금뿐만이 아니라 그날 쓸 예정이었던 논술과 열렬한 토론, 그리고 사색의 시간이었다. 체력이 국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체력이 ‘취준력’인 것은 확실하다.

최근 잔병치레가 눈에 띄게 늘었다. 체력관리에 소홀해진 탓이다. 작년 여름 발목이 부러진 후 꾸준히 하던 헬스를 그만두기도 했고, 곱창 먹을 일이 늘어 건강하게 먹는 데 신경을 덜 쓰게 된 것도 사실이다. 곱창은 고사하고 쌀도 씹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나서야 새삼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걸 보니 나도 참 어리석다. 급히 정형외과 예약을 잡고 할 수 있는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치통이 좀 나아진 후엔 샐러드 집에서 풀을 살살 씹었다. 다행히 요즘은 (특히 우리 학교 주변에는) 건강한 외식을 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다.

글이 나간 뒤 응원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감사한 일이다. 이번엔 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얘기하자면, 이 글이 나갈 때쯤 아마 치통이 다 나았을 것이다. 이성도 돌아와 가벼운 지갑을 부여잡고 슬퍼하고 있을 테니, 기회가 된다면 함께 곱창... 아니 풀을 씹어주면 좋겠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취준생, 혹은 예비 취준생이 있다면 내 치통을 교훈 삼아 체력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까워 말길 바란다. 미세먼지가 덜할 때 얼른 동네 산책이라도 한 번 더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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