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곳 없는 청년들, 허울 뿐인 정책들
잘 곳 없는 청년들, 허울 뿐인 정책들
  • 수업팀 이수빈 취재부장
  • 승인 2019.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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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꽤 황당할 말이지만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다. 다음 학기 거주할 곳이 매번 불투명한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방학마다 짐을 쌌다 풀고 하는 일련의 이사 과정을 반복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방을 옮겼기에 벌써 햇수로 6년 차, 원치 않게 이삿짐 정리의 달인이 됐다. 

참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다. 4년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이후 기숙사 선발에서 탈락하며 학교 앞 셰어하우스에서 한 학기 동안 생활했다. 거주를 약속한 기간이 지나, 작년 하반기에는 친구와 함께 학교 근처 방에서 살았다. 혼자 살기에 학교 주변 방값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현재는 친동생과 다른 친구와 함께 학교 근처 투룸 형태의 방에서 거주 중이다. 

학교 주변 방을 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우울하다. 내가 원하는 가격대의 방을 알아보면, 감히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방도, 구조가 너무 황당해 웃음이 나오는 방도 있다. 창문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다반사. 어떤 방은 부동산 아주머니와 같이 방에 들어가기 비좁아 한 명씩 돌아가며 들어갔다. 심지어 화장실 변기와 벽 사이가 지나치게 좁아 변기에 제대로 앉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화장실이 급했던 나는 불편한 자세로 볼일을 보며 이 방은 절대 계약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다. 타지 생활이 이렇게 힘든 줄이야. 큰돈은 아니지만 적지도 않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참 적었고, 작았다. 처음 기숙사 선발에 떨어지고 ‘기숙사와는 연이 없나 보다’ 생각했다. 내심 통금 시간이 없어져 좋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밖을 나가보니 학생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마구잡이로 쪼개 놓고 올려놓은 학교 주변 원룸촌. 이 방들은 거주 환경을 따질 겨를 없이 매 학기 직전이면 빠르게 동났다. 

친구들도 나와 사정이 비슷했다. 한 친구는 운이 좋게도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행하는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 입주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주택의 계약은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이 거주지를 직접 물색해 결정하면 LH에서 주택 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해 입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도권의 경우 최대 1억2000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당첨 소식을 듣고 좋아했던 이 친구는 결과적으로 계약을 하지 못했다. 

부동산마다 전화해 매물이 있냐 물었지만, 계약 가능한 방은 거의 없었다. 임대 소득이 드러나고 일반 계약보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임차인들의 인식 때문에 방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학교 주변에서 찾을 수 없어 점점 범위를 넓히던 친구는 결국 통학 거리가 멀어지자 방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한 행복 주택 또한 아직은 서울 내 공릉 한 곳뿐이니 더 이상의 지원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현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기숙사 수용 인원을 늘리고, 연합 기숙사 등을 설립해 10만~15만 원 선의 저렴한 월세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도 나는 학교 주변에서 살 곳을 찾기에 막막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