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의 한 클럽이 경찰과 유착해 폭행, 성접대, 마약 등의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뽕(GHB·강간 약물)’에 취한 여성을 돕던 일반인이 클럽 직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인근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도리어 경찰에게까지 폭행을 당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클럽은 ‘버닝썬’으로, 유명 연예인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버닝썬 게이트’였다. 폭행 사건이 공론화되며 클럽 강간 약물 성폭력, 유흥업소와 경찰의 유착관계, 조직적인 마약 공급체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력 정치인이 마약을 흡입하고 승리가 성접대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버닝썬’은 며칠간 실시간 검색어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언론은 새롭고 자극적인 내용들을 앞다퉈 보도했다. 

최초 제보자가 사건을 공론화했을 때, 사람들은 “경찰이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 있냐”며 분노했다. 이후 클럽에서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했음이 드러나고, 유력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이 연루되고, 경찰이 모든 사실을 눈 감은 정황이 발견됐을 땐 마치 영화 같다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만수르 세트’를 비롯해 버닝썬에서 판매하는 술의 가격까지 화제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중 버닝썬 VIP 방에서 성폭행당했던 여성 피해자들에 공감하고 분노한 사람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현재 온라인에는 VIP 방에서의 성관계 영상이 나돈다. 대표이사는 영상 속의 클럽이 버닝썬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여성이 클럽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GHB를 흡입하고, 정신을 잃은 후 VIP 방으로 옮겨졌다. 직원들은 묵인했고, 여성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박탈당한 채 고객 유치를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그러나 언론과 대중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기보다, 여성 피해자들을 ‘버닝썬 게이트’의 ‘게이트’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을 연예인, 정치인, 경찰이 얽힌 마약 문제가 드러난 계기 정도로 여긴다는 말이다. 승리, 자유 한국당, 강남경찰서에 치중된 언론의 보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 ‘물뽕’을 검색하면 ‘버닝썬의 물뽕’을 판다는 글이 발견될 정도로 아직까지 강간 약물은 손쉽게 구입 가능하다. 진정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이런 글들은 규제가 됐을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한 카페의 화환 문구인 ‘오늘도 물뽕 커피 작업하시나요?’를 보더라도 대중이 강간 약물과 피해자를 얼마나 오락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피해자들을 겨냥한 2차 가해도 심각하다. 포털 사이트에 해당 클럽을 검색했을 때, 제일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버닝썬 VIP룸 동영상’, ‘버닝썬 동영상 여자’, ‘국산 버닝썬 동영상’이다. 인터넷에는 여자가 클럽에 가는 것 자체가 성폭행당할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등의 댓글들이 넘쳐난다.

성폭행을 당할만한 사람은 없다. 지워져도 괜찮은 피해자도 없다. 버닝썬에 대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 시점. 여성 피해자들이 지워지고, 고통받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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