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을 슬퍼할 시간에 곱창을 먹겠다

△이대학보 전 편집국장

△현 언론사 입사 지망생

모두 축하해주시기 바란다. 글을 쓰는 오늘(2월26일)은 나의 ‘백수 1주년’이다. 친구 졸업을 축하해주러 졸업식에 갔다가 새삼 이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 이맘 때 나도 졸업을 했었지. 신나게 학사모를 던지며 곧 기자가 되리라 기대했었지. 그게 벌써 1년이 됐다. 기쁜 이날, 서른 번째 ‘탈락’ 소식이 선물로 도착했다. 오늘도 취업문 대신 내가 뽀개졌구나. 그러나 2년차 백수는 울지 않는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

오늘 할 일을 정리해보자. 우선 아침 9시 스터디로 하루를 시작한다. 카페에 모여 상식 시험을 본 후 내 상식 수준이 문제인지, 이걸 ‘상식’이라고 부르는 게 문제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논술 한 편을 쓰고 첨삭과 토론을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신문부터 정독한다. 오늘 쓴 논술을 퇴고하고, 지금 이 글도 완성할 계획이다. 저출산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과제도 해야 한다. 관련 기사와 칼럼, 논문을 찾아 읽으며 설득력 있는 주장과 근거를 정리한다. 그 외에도 다음 논술 준비 등 몇 가지 일이 남아있지만, 오늘보다 성실할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 저녁엔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곱창을 먹어야 한다!

취업 분투기를 쓴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얼마나 힘든지’를 궁금해 했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다. 구구절절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른 번 정도 떨어지고 나면 힘듦을 희석시키는 나름의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곱창은 그 중 하나다. 소주도 곁들이며 ‘이 정도로 했는데 안 된 걸 보니 아무래도 청년 실업이 정말 심각한 것 같다’며 나라 걱정을 했다. e북 리더기만 들고 혼자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뽀개진 나를 더 단단하게 붙였다. 냉정하게 패인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마저 내 자신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졸업 전 반년까지, 총 1년 반 동안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분투했다. 불합격하면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었다. 탈모와 맞바꾼 깨달음을 공유하려고 한다. 나에겐 문제가 없다는 것, 때때로 문제가 없어도 잘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 그렇지만 결국 될 거라는 것. 어차피 ‘될 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탈락 한 번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탈락의 이유를 이리저리 궁리할 시간에 곱창을 먹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흘러가는 시간에 조바심내지 않고 나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내가 이 시간을 버티는 방법이다.

아직 취준생인 마당에 취업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거나 조언을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당연히 그러지도 못한다. 내 ‘노오력’을 인정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도 없지 않다. 다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취준생으로서 취준이 막막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금 줄여줄 수는 있지 않을까. 함께 취업준비를 하는 동년배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 그도 아니라면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길. 혹시 이 글을 보고 있을 인사담당자에게도 한 말씀 올리겠다. “이쯤 했으면 뽑아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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