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취미, SNS 게시해 공유하는 등 과거와 양상 달라져

대학 생활에 지친 대학생들이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취미 활동을 찾아 나서고 있다. 슬라임 만들기,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힙합 활동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이재흔 선임 연구원은 “쉬운 취미로 소소한 성취감을 찾으며 힐링을 찾는 것은 대학생 취미 활동의 경향 중 하나”라며 “과거엔 학교나 직장이 나를 대표하는 정체성이었다면, 최근에는 SNS에 취미 생활을 올려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본지는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취미를 가진 재학생을 만나봤다.

 

▲무민세대

슬라임 만들기 같이 무의미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무민세대라고 한다. 없을 무(無)에 민(mean)을 합친 신조어로, 멍 때리기, 슬라임 만들기, 낙서하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치열하고 바쁜 현실의 반대급부로 자극적이지 않고, 많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활동을 원하는 것이다.

직접 만든 슬라임을 늘이고 있는 박수연씨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직접 만든 슬라임을 늘이고 있는 박수연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박수연(사교·16)씨는 항상 취미 생활을 즐겼다. 직소퍼즐, 컬러링북, 춤 등 다양한 취미를 전전하던 그는 자신만의 힐링에 투자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런 취미 생활을 찾아 헤매던 중 유튜브를 통해 처음으로 슬라임 후기 영상을 접하게 됐다.

“제가 촉각이나 청각에 예민하거든요. 그래서 슬라임 영상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처음엔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했는데, 나중에는 그걸로 충족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도 슬라임 만들기를 취미로 하고 있어요.”

액체 괴물이라고도 불리는 슬라임은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이다. 미국 공포영화에서 사용이 된 후 1970~80년대 생산되면서 대중화됐지만,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말랑말랑한 슬라임을 만지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해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라고도 불린다.

아무 생각 없이 슬라임을 만지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박씨는 시험 기간이면 슬라임을 더 애용한다. 그는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니까 만지면서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슬라임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거든요. 향료가 들어가서 후각도 자극 되고, 시각적, 촉각적으로도 자극이 되니까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죠. 만질 땐 슬라임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박씨는 9월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슬라임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개인적인 취미지만, 내가 만든 걸 보고 누군가 영감을 받거나 힐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방학 때는 유튜브를 할까 생각 중”이라며 웃었다.

 

▲힙합(HIP-HOP)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사이에 힙합의 인기가 높다. 랩이나 힙합을 즐겨듣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9.9%지만, 20~24세는 63%, 35~29세는 56.2%나 됐다.

라온 소울 공연에서 랩 하고 있는 장윤정씨 (제공=본인)
라온 소울 공연에서 랩 하고 있는 장윤정씨 (제공=본인)

“녹색 수족관 속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가 되고 싶어(Maybe sometimes). But in the most times 나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장윤정(심리·17)씨는 작년 봄부터 중앙동아리 ‘라온 소울’에서 ‘도화’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온 소울은 Hiphop의 4대 요소인 MC, DJ, B-girl, Graffiti를 모두 다루는 본교 유일 중앙 힙합동아리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힙합을 즐겨 듣던 장씨는 동아리홍보주간에 라온 소울의 공연을 보고 가입을 확신했다. 그는“허울만 힙합동아리인 곳인지 걱정이 많았는데 라온 소울은 아니었다”며 “공연하던 친구가 너무 잘하더라”고 말했다.

장씨는 정기 공연과 버스킹 등으로 관객에게 찾아간다. 이번 학기에 특히 곡을 많이 썼다는 그는 두 달 안에 12곡의 가사를 썼다. 그는 가사를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연했던 곡 중 하나가 ‘color’라는 곡인데, 세 명이 가사를 썼어요. 각자 자신의 가사에 색을 넣었고 저 같은 경우 녹색을 넣었죠. ‘녹색 수족관 속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 이런 식으로요. 사실 금붕어라는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작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너무 힘들어서 머리가 복잡한 와중에 채플을 듣다가 문득 생각났어요. 금붕어는 어항을 한 바퀴만 돌면 본인이 돈 것조차 잊어버리잖아요. 복잡한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싶었던 거죠.”

관객과의 소통은 공연의 핵심이다. 장씨는 “우리는 항상 자작곡을 선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그 곡을 처음 듣는다”며 “때문에 그 전에 호응을 유도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이 가사를 부를 텐데, 이 중에서 여러분은 이 부분을 따라 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호응을 유도해요. 실제로 사람들이 가사를 따라 하면 짜릿해요. 제가 끌어낸 거니까요. 다들 저희 팀의 팬이라서 온 건 아니지만 같이 무대를 즐기면 정말 좋아요.”

장씨는 힙합을 공연하는 취미 생활에 욕심이 나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만큼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으니까 수준도 저절로 높아지는 것 같다”며 “인터넷에 올릴까 고민 중인데, 학업 문제로 아직은 용기가 나질 않는다”고 얘기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제 얘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건 건강한 방식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해소하고 있지만 각자의 취미를 갖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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