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25일 조형예술대학 졸업작품전 개최

조형예술관A동 2층에서 열린 조형예술대학 섬유예술전공 졸업작품전 전경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조형예술관A동 2층에서 열린 조형예술대학 섬유예술전공 졸업작품전 전경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조형예술대학(조예대)은 20일~25일 6일간 조형예술관(조형관)A동, B동, 이화아트센터에서 졸업작품전을 개최했다. 전시에는 도자예술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조소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명의 학생이 만든 462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조형관A동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이어진 복도를 걸으면, 각종 과자 상자를 이용해 155cm 높이로 쌓은 탑과 그 위에 놓인 사탕으로 만든 젠가가 눈에 띈다. 이 작품은 정다희(조소·15)씨의 ‘Sugar High: For Stress’다. 정씨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게 당긴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당분으로 환원해, 스트레스 쌓인 것을 당분이 쌓인 것으로 표현했다”며 “젠가는 쌓이면 쌓일수록 불안해지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정다희, ‘Sugar High: For Stress’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정다희, ‘Sugar High: For Stress’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1층 복도 끝에는 산타 모자를 쓴 콜라병, 나무에서 자라난 지구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모양의 아크릴 모형들이 모빌에 걸려 길게 늘어져 있는 작품이 있다. 김민영(조소·15)씨의 ‘What is this?’가 그것이다. 김씨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러 왔을 때 ‘이게 뭘까?’하고 맞혀볼 수 있기를 바랐다”며 “해마 화분, 책 달팽이 등 모빌 하나하나 사물을 합해놓거나 무엇인지 쉽게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민영, ‘What is this?’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김민영, ‘What is this?’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장지에 분채로 채색된 추상회화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2층 경사로가 끝나는 곳에 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홍세은(동양화·15)씨의 ‘유1’과 ‘유2’는 두 개의 작품이지만, 하나의 시리즈다. 홍씨는 “살아가면서 나한테 위로를 주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보다 완전한 존재로 남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많은 것을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느껴 어떻게 비워내는지, 어떤 속도로 비워내는지, 그 과정이 어떤 색을 띠고 있는지와 같은 것들을 여러 색과 결, 계층을 통해 표현했다”고 전했다.

조형관A동 이화아트센터에는 섬유예술전공 졸업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검은색 뇌 모양에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장식으로 덮어 꾸며놓은 입체적 작품인 오은지(섬예·14)씨의 ‘Mind(Meme) Virus’를 볼 수 있다. 오씨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1976)라는 책에 나오는 단어를 차용했는데,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생각은 ◆밈 바이러스라는 것에 감염됐다는 내용이다”라며 “지나가는 멜로디나 한 문구만 봐도 특정 브랜드가 연상되고, 이 모든 게 우리가 대중문화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는 데서 토대를 얻어서 뇌가 어떻게 바이러스에 정복당했는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오은지, ‘Mind(Meme) Virus’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오은지, ‘Mind(Meme) Virus’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3층과 4층에는 서양화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4층에 들어서자마자 하얀색 페인트가 흘러내린 자국이 가득한 업라이트 피아노 위에 어지럽게 놓인 손들과 손가락들이 시선을 끈다. 지정된 시간대에는 한 남성이 격렬하게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한다. 강은진(서양화·14)씨의 ‘비통’이다. 피아노의 오른쪽 벽면에 전시된 그림 ‘smog’에는 어둡게 색칠된 캔버스 위에 바를 정(正)자가 빼곡히 쓰여 있다. 원래 음악전공인데 서양화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다는 강씨는 “‘smog’의 ‘바를 정’ 자는 연습량에 대한 이야기다. 피아노 위의 손가락들은 부담감을 나타내는데, 이렇게 연습을 많이 해도 긴장을 하면 머릿속에서 다 사라지는 것을 캔버스를 어둡게 칠함으로써 표현했다”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남성은 ‘완벽한 연주자’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늘 완벽한 연주를 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4층 복도 끝 계단이 있는 곳에는 김혜수(서양화·14)씨의 작품 이름인 ‘女不生 女爲作’(여불생 여위작)이 분홍색의 네온사인으로 쓰여 눈부시게 빛난다. 김씨는 “「제2의 성」(1949)의 저자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책에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문구를 성차별의 수단으로 가장 오래 쓰인 언어인 한문으로 번역해 표현해봤다”며 “네온사인은 미술에서 현대적인 재료로 쓰이는데, 1세대 페미니스트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저항의 의미도 담았다”고 밝혔다.

조형관B동 3층 홀은 도자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홀 안쪽에는 퍼즐처럼 합치면 아귀가 들어맞을 것 같은 두 개의 큰 도자기가 함께 놓여 있는데, 이는 조영선(도예·15)씨의 ‘사랑이라 일컫는 ‘무엇’’이다. 두 도자기는 특정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조씨는 “나는 ‘사랑한다’, ‘사랑해’라는 표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충실한지 다시 생각해보고, 사랑이라는 말보다는 사랑이라 일컫는 그 무엇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작업해봤다”고 전했다.

졸업작품전을 관람한 박진희(패디·18)씨는 “1학년이어서 선배들의 졸업작품전을 보러 왔는데, 나중에 내가 작품을 창작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며 “한편으로는 4학년이 돼서 많은 것을 폭넓게 배울 생각에 기대도 많이 된다”고 했다.

조예대 강애란 학장은 “졸업전시는 이화 배움터에서 보낸 4년을 농축시킨 예술의 혼과 도전정신이 깃든 결실의 장”이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여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졸업전시에 큰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당당히 예술가로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산업디자인과 졸업전시회는 11월29일(화)~12월4일(화), 패션디자인과 졸업전시회는 12월18일(화)~23일(일) 개최되고, 공간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졸업전시회와 패션디자인과 졸업패션쇼는 종료됐다.

◆밈 바이러스(Meme Virus):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온 용어로,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 것과 같이 문화의 전달에 있어 문화의 복제 역할을 하는 중간 매개물을 칭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