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 국립현대무용단 무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있다.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파트너에게 몸을 맡긴 채 바닥으로 떨어지는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고 떨어졌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힘을 빼야 더 가볍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하셨다. 힘을 빼야 발이 바닥에 붙은 채 떨어지고, 그래야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힘은 빼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내기 위해 용썼다. 왜냐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온다고 믿었으니까. 내가 생각한 방법이 있었고, 그에 맞는 나름의 규칙과 계획들로 내 생활을 채웠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스스로 다그쳐 되돌아갔다. 과연 이것들이 노력이었을까? 그냥 잔뜩 힘을 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열심이었다기보다 오히려 정체 모를 틀 안에 경직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 덕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하는 것이니 감사해야 하나. 하지만 감사하기에는 내가 너무 우울했다. 내 딴에는 바로 살았는데, 너무 지치고 지겨웠다. 내일은 못 할 것 같은 불안함과 이 와중에 어찌 살지 하는 막막함 뿐이었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 세상에서 안간힘을 쓰니 나만 힘들었다.

역시 놓을 부분은 놓아야 한다. 노력하지 말고 열정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싶다면, 힘을 빼고 내가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면 된다. 처음에는 겁이 난다. 온갖 걱정들이 밀려온다. 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고,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게 제대로 버티는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친다. 상황 대처 능력까지 떨어진다. 남들 다 아는 것을 나만 이제 안 것 같기는 하다. 사실 전에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야 내 일부가 되었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생각을 바꾼 뒤 입학 이래 가장 정신이 건강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선생님께서 왜 힘 빼기를 수업 초반에 가르쳐 주셨는지 알겠다. 힘 빼기는 쉬워 보이지만 어렵고, 모든 움직임의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이 가르침을 따라 숨을 깊게 내쉬고, ‘나는 바다 위의 부표다’하고 살고 있다. 꽤 괜찮다. 앞으로도 힘을 빼고 시간에 몸을 맡길 생각이다. 재밌는 인생이 될 것 같다. 당신의 삶도 조금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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