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지오 코리아(Diageo Korea) 위스키 마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결심한 게 딱 한 가지 있다. 바로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로 내 ‘취향’을 잃지 말자는 것. 노래 하나를 듣더라도 지긋이 음미할 수 있던 대학 시절과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점점 더 필요해지는 환경 속에서 취향을 잃는다는 것은 나를 잃는 것과 같다고 처음 느낀 순간의 섬뜩함이 선명하다. 일에 치이는 매일매일 속에서 나의 취향을 정교하게 깎아내고 공고히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서 취향을 지키는 일은 ‘나를 지키는 일’이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위스키 마케터’라는 나의 직업이 좋다. 관심 없는 사람은 ‘양주’라고 퉁칠 수 있는 위스키의 세계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리고, 그중에서 나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어떠한 취향과 꼭 맞을 수 있는지 정교하게 전달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생맥 한 잔이요’를 외치는 사람 만큼 많을 수는 없겠지만, 바 메뉴판에서 ‘싱글몰트 위스키’ 카테고리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혹은 바에서 “아무거나 하나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는 손님 보다 “오늘은 스모키한 게 땡기니까 라가불린으로 한 잔 주세요”라고 우리 브랜드의 특징을 정확히 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손님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맥주나 소주에 비해 위스키는 비싸고, 독하고, 어려운 술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크다. 나 역시 위스키의 세계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여전히 위스키와 더 친해지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메시지를 만들 때 조금이라도 더 고객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포인트”가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머리를 쥐어짠다. 그러다 가끔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화장품이나 자동차 브랜드 주최의 행사, 혹은 뮤직 페스티벌의 스폰서로서 들어가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노출하기도 한다.

물론 브랜드 팀에서는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이외에도 제품이 무사히 출시되는 Birth의 순간부터 단종이라는 Death를 맞이할 때까지의 모든 부분을 관리한다. 수입 일정을 확인하고, 제품 출하에 필요한 코드를 준비하고, 재고를 관리하고, 늘 다음 분기와 내년 계획을 기획하며 시간을 달린다. 외국계 회사이기 때문에 글로벌 담당자들과 회의도 하고 우리의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가져가되, 한국 시장의 실정에 맞게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한다.

이렇게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이 즐거운 이유는 나의 브랜드가 당신이 사랑하는 취향이 되고, 당신의 인생을 축하하는 소중한 순간들에 빠지지 않는 술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회사원이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신조를 진심으로 체화하기란 어려운 일인데, 저는 운 좋게도 우리 회사의 신조를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Celebrating life, everyday, everywhere! 당신의 - 당신의 삶을 축하하는 모든 순간이 우리의 술과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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