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애리조나대학교 Northern Arizona University

나는 그런 것이 필요했다. 인생의 전환점, 터닝 포인트라고 할까. 1학년을 마친 후, 추운 겨울바람과 함께 도전 의식은 조용히 찾아왔고, 조금 극적인 요소로 내 인생을 꾸밀 타이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드라마에 필요한 장면은 멀리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닐까’. 문득 떠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다녀온 약 일 년 반 정도의 시간은, 그동안 동경하고 바라던 ‘도전’으로 채워졌다.

점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지원 절차를 밟았다. 그 시간을 지내며 미워하던 나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후, 신기하면서도 감사하게도 ISEP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었고, 미국의 Northern Arizona University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보낸 122일은 글자 그대로 ‘꿈’과 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완전한 자유를,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누렸다. 한국에서는 편히 하지 못하던 것도 당당히 할 수 있었고 무엇을 하든 그것은 하나도 두렵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내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 계절에 나를 스친 모든 것들은 새롭고 아름다웠다. 나, 세상, 사람이라는 것,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인생 등 복합적으로 참 많은 것들에 대해 느끼고 생각했고 깨달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낸 꿈같은 시간’이 내가 나누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내가 주인공인 이 드라마 안에서 우리는 조금 더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각자의 가슴 속에 분명히 가진다. 하지만 매번 많은 것들로 인해 내 삶도 마음껏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주인공인데도.

그 꿈같던 시간을 통해, 겁 많고 계산적인 나는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한 모든 소중한 순간들을 얻었다. 스스로 실망하며 패배감이나 자괴감을 깊게 느끼기도 했고 새로운 것들 사이에서 설레고 긴장하기도 했다. 자유에 도취하여 미친 듯이 행복할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은 홀로 외로워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이야기가 되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지금, 나는 지긋지긋한 고민이나 ‘나 자신’과 또다시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그 122일이 내 안에 잠재되고 남아서 나를 지탱하고 일으키는 순간들을 만나고 있다.

만약 지금 겁이 나고 자신이 없어서, 자꾸만 예상되는 실패가 두려워서 무엇이든 간에 주저하는 누군가 있다면 말하고 싶다. 다 별게 아니라고. 지나고 나니 이 말을 간절히 원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말이 듣고 싶을 때가 많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자주 겁이 나고 그래서 주저하지만, 그 순간을 넘어가야 우리들의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지 않겠나. 우리들이 가는 길은 그게 어떤 길이든 간에 모두 드라마가 되는 거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자, 우리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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