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결손·참가금 등 학생 부담 커··· 소규모로 지역 선택해 답사하는 대안 제시

  졸업 필수 요건인 사범대학 사회과교육과 학술답사에 학생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회과교육과 답사는 전공필수 교과목 ‘학술답사’의 이수 요건이다. 사회과교육과는 유일하게 답사를 졸업요건으로 정한 학과다. 이외의 학과는 답사를 가지 않아도 졸업에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사회과교육과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6번의 답사 중 특별한 사정이 있어 불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5회 이상 참여를 요구한다.

  사회과교육과의 답사는 1학년 답사와 2, 3학년 대상 전공 학술답사로 이뤄져 있다. 전공 학술답사는 학기별 춘계 답사, 추계 답사로 나뉘어 주로 목~토요일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답사 지역은 세부 전공별로 다르지만 모두 역사적 유적이 있는 장소다. 사회과교육과 전공 중 역사교육과는 지난 학기 경주로 답사를 다녀왔으며, 이번 학기 답사는 공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답사는 약 한 달 동안 답사지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답사지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영찬 사회과교육과 학과장은 “답사는 사회과 교사 양성이라는 학과의 교육목표를 실현하고 현장체험학습을 강조하는 본교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학과 교수회의에서 수차례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역사교육, 지리교육, 사회교육에서 현장 답사는 교과교육 특성상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학술답사가 수업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답사 일정으로 인해 수업에 결석하게 되면, 모든 불이익은 학생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학과는 답사 인증서로 출석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답사 인증서로 출석은 인정될지 몰라도 수업에 한 번 결석하면 다음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학생 ㄱ(사교·18)씨는 “1학기 때 답사를 가지 않아 직접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2박 3일 중 이틀 동안 수업을 결석하니 진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결석한 수업의 녹음본 구하기가 어렵고 출석 인정서도 따로 신청해야 해서 과정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학기에 답사 기간이 다른 수업의 과제 제출 기간과 겹쳐서 힘들어하는 학생도 봤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으로부터 수업의 녹음본이나 필기 자료를 받아 따로 공부해야 한다. 실제로 답사 기간 직후에는 교내 커뮤니티에 답사 중 결석한 수업의 녹음본을 구하는 글이 수차례 올라온다.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에도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답사 때문에 녹음본을 구한다는 글이 약 20개 게재됐다. 또한, 답사로 인한 수업 결석의 출석 인정 여부는 교수 재량이기 때문에 출석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학생 ㄴ(사교·16)씨는 “가끔 답사를 출석으로 인정해주시지 않는 교수님이 계시는데 출결이 학점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학교가 공식적으로 학칙을 보완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ㄷ(사교·16)씨는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한테 사례비를 주고 필기나 자료를 받아서 빠진 수업을 스스로 공부해야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오 학과장은 수업 결손 문제에 대해 “사회과교육과는 교양이나 타 학과 수강 과목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요일을 포함해 목~토요일 2박 3일 일정으로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일정에서 목요일을 빼고 일요일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10만원 이상의 답사 참가금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ㄹ(사교·16)씨는 “단체로 가는 답사임에도 불구하고 답사 비용이 혼자 2박 3일 국내 여행가는 비용과 맞먹어서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어 “5번의 답사를 필수로 가야 하는데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망설여질 정도로 비싸다”고 토로했다.

  사회과교육과는 학생에게 답사 당 약 15만원의 참가금을 요구한다. 이번 2018학년도 역사교육과 추계답사 예산안에 따르면 참가인원 86명의 교통비, 숙박비, 식사비를 비롯한 예상지출비용은 1330만원 정도다. 하지만 학과 차원의 지원금은 135만원으로 지출 비용에 비해 지원이 한참 모자라다. 결국 나머지 금액은 참가하는 학생이 지불하게 된다.

  이에 대해 ㅁ(사교·17)씨는 “아르바이트 일정과 답사 기간이 겹쳐 10만원 정도 벌지 못했다”며 “매회 10만원이 넘는 답사비와 답사 기간 중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10만원의 손해 를 합치면 금전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오 학과장은 “사회과교육과는 인문사회계열로 분류돼 등록금에 별도의 실험실습비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답사비용을 학생회에서 자율적으로 걷고 있다”며 “학과 예산에서 사용가능한 최대 금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의 추가 확보 방안과 비용 절감 방안을 학생회와 의논하겠다”고 전했다.

  답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졸업이 불가한 점과 5회 이상의 답사 참여에 1학점만 주어진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있다.

  답사 일정은 보통 학과가 결정한 후 공지하는데, 춘계 답사는 3월 말, 추계 답사는 9월 말에 2박 3일로 진행된다. 사정이 생겨 해당 날짜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은 졸업을 늦추거나 4학년 때 따로 답사에 참여해야 졸업할 수 있다.

  특히 중등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4학년 학생도 답사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대체 수단 없이 답사를 강제하는 것은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ㄷ씨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답사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학과 차원의 배려가 부족하다”며 “답사를 가지 못할 경우 해당 학기에 답사를 대체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에 졸업을 늦춰서라도 답사를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사회과교육과는 답사에 5회 이상 참여한 학생을 대상으로 ‘학술현장답사’ 1학점을 부여한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답사 시간에 비해 주어지는 학점이 적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사전 조사, 답사 보고서 작성, 3일간 5회의 답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3학점 수업시간에 버금간다는 이야기다.

  ㅁ씨는 “한 달의 사전 준비 시간과 2박 3일 동안의 답사를 다섯 번 가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학술답사’ 수업에 1학점만 주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주변 사회과교육과 학생들은 차라리 1학점을 안 받고 답사도 안 가고 싶다고 한다”고 밝혔다.

  사회과교육과 답사의 목적은 답사지를 직접 방문함으로써 지리적ㆍ역사적ㆍ사회경제적 주요 개념을 자세히 아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답사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ㄹ씨는 “답사에서 얻는 지식이 나중에 선생님이 됐을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인지 의문이 든다”며 “막상 사전 조사한 답사지에 가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 단체로 한 공간을 20~30분 이내에 둘러봐야 해서 논의가 지엽적인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다녀온 답사지 중 장소가 기억에 남는 경우는 있어도 정작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차라리 한 번을 가더라도 학생들 위주로 답사지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하고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ㅂ(사교·16)씨는 “동기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번의 학생들이 전부 답사에 가니까 인원이 많아서 유물도 안 보이고 설명도 잘 안 들린다”며 “답사 분위기가 산만해 유적지에 출석 도장만 찍고 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조사할 바에는 혼자 조사해서 답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ㄷ씨는 “답사 과목을 3학점으로 책정한 후 팀 프로젝트를 통해 각 조가 원하는 지역으로 조별 답사를 다녀오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5회의 답사를 가는 것보다 더 다양한 지역의 지리, 사회, 역사를 공유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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