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디자인 연구소, 일상에 색을 입히다
색채디자인 연구소, 일상에 색을 입히다
  • 전혜진 기자
  • 승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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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과자 포장지, 텔레비전 속 광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색채를 연구하는 이화 속 연구소가 있다. 국제교육관 13층에 자리한 ‘색채디자인 연구소’다.

1997년 설립된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대학 소속 색채 전문 연구기관이다. 설립 당시 제품 제작 후 색채 관련 마감 공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기술지원을 위한 산업자원부의 정책지원으로 본교에 전문 연구소가 세워졌다. 연구소를 토대로 지난 2007년에는 일반대학원에 색채디자인 전공이 개설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현재 연구소장과 운영위원, 연구위원, 특별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의 단단한 설립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한 이화 색채디자인 연구소를 14일 찾았다.

연구소 앞에는 ‘EWHA COLORDESIGN RESEARCH INSTITUTE’라고 쓰인 진분홍색 아크릴 벽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틀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색채 및 조명 실험실, 색채관리 및 측색실, 색채디자인 연구소 회의실 등의 여러 연구실 및 공간이 있었다. 이곳의 연구는 크게 색채과학 분야와 색채디자인 분야로 나뉜다. 영상색채 및 조명 실험실 앞에는 색채과학 관련 서적이, 색채디자인 연구소 회의실 내부에는 색채디자인 관련 서적이 다수 꽂혀 있었다. 이 책들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제품의 색을 선정하거나 보정을 할 때 사용하는 LED 조명기구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제품의 색을 선정하거나 보정을 할 때 사용하는 LED 조명기구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이곳 색채디자인 연구소에서는 환경색채계획, 제품색채계획, 영상색채계획, 그리고 기타 색채 표준화 작업이나 트렌드 분석과 같은 연구를 진행한다. 환경색채계획은 연구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다. 아파트 단지 색채계획, 고속도로 색채계획, 원자력 발전소 색채계획과 같이 환경 속 사물들의 색채를 보다 자연 친화적으로 간결하고 아름답게 조성하는 일이다.

제품색채계획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마주하는 제품들의 색을 정하는 작업이다. 작게는 과자 포장지부터 캠핑용품, LPG 가스통까지 제품에 어울리는 색을 연구하고 때에 따라서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색채 계획을 세운다. 제품색채계획은 환경색채계획과 함께 색채디자인 분야에 속한다.

더욱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색채과학 분야의 영상색채계획은 영상 의료기기의 진단용 화면, 방송 화면, 내비게이션 화면 등의 영상 색채를 연구한다. 똑같은 화면이어도 촬영한 그대로의 영상을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는 색 선정과 보정 과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영상색채 계획에서는 드라마, 광고 영상, 뉴스 보도 등 장르별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어울리는 색을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듯 크게 보면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색채과학과 색채 디자인으로 나뉘지만, 이들이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 디자인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색채과학과 색채디자인의 상호작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설립된 1997년부터 연구위원으로 함께한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설립된 1997년부터 연구위원으로 함께한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역사도 규모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색채 연구소인 만큼 그간의 실적도 다양하다. 환경 색채 분야에서는 여러 건설사의 아파트 색채 5개년 매뉴얼을 개발해 왔고, 2012년에는 여수 세계엑스포의 색채 자문을 맡았다. 2013년에는 전국 9개 혁신도시의 색채디자인계획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국립어린이 과학관 색채 가이드라인 제공, 상암 방송사 색채 계획 등에도 참여했다.     

최 소장에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업 중 하나를 소개해달라고 하니 망설임 없이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을 꼽았다. 이는 국내 초등학교, 중학교 중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을 색채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육청 주도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사업에서 최 소장은 총괄 자문을 맡고 있다. 최 소장은 “고운 색 입히기 사업 후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학교가 너무 예뻐서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본교 색채디자인 연구소 자체로 진행하는 교육 사업도 있다. ‘색채디자인전문가 인증 교육’은 15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교육 과정이다. 수강생 신분에 제한은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 디자인이나 기술 분야의 색채 교육을 원하는 실무진들이 주를 이룬다. 또 다른 교육과정인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은 대기명단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궁중회화나 민화와 같은 우리 전통 채색화에 대한 관심으로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이 교육과정은 주로 일반인 참여자들이 많다.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에 대해 최 소장은 “이 교육은 어떻게 보면 연구소를 통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는 기술경쟁력으로 승부하던 것을 지나 문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다. 전통 색은 좀 더 한국적인, 문화적 독특함을 덧입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므로 전통 색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최 소장은 “색채가 쓰이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에 색채와 무관한 영역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실제로 색채디자인 대학원에는 문 이과를 넘나드는 전공생이 있고, 학부 지식에 색채 전문성을 덧입히면 새로운 분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하는 연구소라는 게 저의 자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