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모호한 업무 범위가 문제”
교수 간담회 “업무 단절 공백 문제”

  “행정 인턴은 ‘미운 오리 새끼’같은 느낌이었어요. 행정 업무의 가장 말단이면서도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 쉽지 않은 자리죠. 학부 학생들도 일 처리 문제로 행정 인턴에게 화를 내고요.”

  현재 본교 계약직 직원인 ㄱ씨는 작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과에서 행정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어 “행정 인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행정서비스’ 범위의 모호성”이라고 짚었다. 

행정 인턴제는 졸업한 지 1년 이내의 졸업생을 학교의 행정 인턴으로 쓰는 제도다. 총무처에 따르면 행정 인턴제의 첫 시작은 취업률 제고를 위해 2011년 시범 운영 후 이듬해 확대됐다. 현재 본교에는 50~70명의 행정 인턴이 있으나 지원자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행정 인력 부족의 문제뿐 아니라 특히 학과 행정 인턴들이 겪는 과중하고 부당한 업무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ㄱ씨는 “행정 인턴으로 일하다 보면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행정 서비스의 테두리가 모호하다 보니 교수의 사적인 부탁을 받아도 거절하기 어렵고 그런 부탁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하는 업무는 못 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의 택배 전달 심부름, 교수 회의 도시락 주문, 교수의 콘서트 티켓 예매 등은 모두 ㄱ씨가 행정 인턴으로 있으면서 직접 겪거나 본 일이다. ㄱ씨는 “행정 인턴이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다 보니 교수들도 행정 인턴을 아직까지 학생으로 보고 쉽게 대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훨씬 만족한다는 ㄱ씨는 “행정 인턴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최소 계약직원으로 바꿔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행정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게 불만이라면 상단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자잘한 행정업무가 하단의 일로 계속될 경우 누구도 오랫동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부터 조형예술대학에서 행정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ㄴ씨는 행정 인턴의 ‘주먹구구식’ 시스템을 문제로 꼽았다. ㄴ씨는 “인수인계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행정 인턴 업무는 워낙 변수가 많아 인수인계가 큰 소용이 없다. 매번 터지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초반에는 실수도 잦다보니 교수로부터 막말도 많이 들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행정 인턴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을 모르니까 짜증을 낸다. 행정 인턴은 그야말로 ‘얻어터지는 자리’”라고 말했다. 

  ㄴ씨 역시 행정 인턴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말만 ‘행정’ 인턴이지 행정 업무를 배우는 게 없다. 자잘한 일조차 교수가 전부 행정 인턴에게 시키기 때문에 교수의 개인비서 같은 느낌”이라며 “어디까지가 행정 인턴의 일인지를 명시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 심부름은 기본이고, 일부 행정 인턴들은 퇴근도 제시간에 못할 때가 있다. 교수 회의가 늦게 끝나면 회의에서 교수들이 먹은 도시락을 뒷정리하고 퇴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화 받는 방법조차 교수마다 맞춰줘야 하는 게 다 다를 정도로 행정 인턴을 개인비서 부리듯 하는 ‘교수 갑질’이 심각하다”며 “저번에는 100인분의 피자를 조교 3명에게 근무 중에 나가서 사 들고 오라고 시켰던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ㄴ씨는 학교의 행정지원 악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정 인턴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인턴을 정규직화하면 사적 업무 처리로 인한 과중한 업무 부담은 없어질 것이고, 인력 교체도 덜하니 업무 시간도 단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느린 행정업무 처리로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중하고 부당한 업무상의 문제 외에도 행정 인턴제가 업무의 공백을 만든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행정 인턴 문제가 근본적으로 본교의 행정지원체제, 행정인력이 부족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행정 인턴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고 교수 행정지원체제 개선을 위한 교수평의회 주최의 교수 간담회가 23일 오후5시 인문대학교수연구관 111호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학교는 직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교수는 지식을 생산하고 퍼뜨리는 일을 담당하기에 행정 업무를 맡아줄 직원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 그런 지원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행정 인턴제로 인한 업무단절 공백을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 행정 인턴의 평균 근속은 약 8개월이다. 사회과학대학의 한 학과에서 행정 인턴으로 근무하는 ㄷ씨는 “행정 인턴의 계약 기간이 1년이기는 하지만 거의 1년을 다 채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취업이 되면 나가게 된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그걸 알고 행정 인턴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행정 인턴은 정규직이 아닌 한시적이고 일시적인 업무 보조 형태기 때문에 담당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된다. 그 때문에 학과장의 경우 2년의 임기 동안 최소 3명의 행정 인턴과 새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러한 점 때문에 교수들도 학과장 보직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제가 7~8년 전에 학과장으로 있을 때는 하지 않았던 일을 지금은 해야 한다”며 본부 행정인력 감축 및 비정규직화로 인한 업무 공백으로 행정업무가 점점 더 학과로 이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행정 인턴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교수는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2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행정 인턴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 세 번째는 단과대학 행정지원의 총체적 개선 및 직원의 정규직화다. 

  첫 번째 대안에 대해 이 교수는 학과장 교수가 행정 인턴의 1년 연장 여부를 검토하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는 추가 인건비용은 거의 없지만  한해를 건너뛰게 되므로 취업률 제고 효과가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두 번째 대안에 대해서는 “훨씬 낫겠지만 이것 역시 학과와 본부 행정 간의 연계성이 약해 완전한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대안에 대해 이 교수는 ‘유토피아적인 대안’이라고 하면서도 가능하다면 3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대학원 조교를 어떤 편리성에 의해 활용을 하셨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원생에게 도움도 안 될뿐더러 비교육적이다. 옛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라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교수님들도 불편하실 순 있겠지만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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