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탓은 이제 그만, 살아있는 정치 교육 필요해

  “난 드루킹이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 그냥 개인이잖아, 그 사람이 댓글을 조작한 게 그렇게 큰일인가?”

  이 말을 들은 순간,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단 이 사건의 본질은 사회 여론이 개인에 의해 조작됐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대선 전부터 9만여 개의 댓글을 쓰며 여론을 조작했고, 현직 여당의원과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아가 이 사건은 인사 청탁, 돈거래와도 연관돼 있다. 그래서 한낱 ‘개인의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 모든 말을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리다 문득 힘이 빠졌다. 이 사건 하나를 아는 게 무슨 대수냐 싶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이슈들을 단편적으로 접한다. <택시 운전사>는 알지만 5.18 민주화 운동은 모른다. 누군가 오래 전 청계천에서 분신자살했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어봤지만, 그가 전태일 열사이며 무엇을 위해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대학에 오기 직전까지 정치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대학에 입학하니 너무 바빠 신문을 외면한 채 허겁지겁 뛰쳐나오기 일쑤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카페에서 커피를 뽑느라 정신없다. 이런 내게 세상 돌아가는 공부는 사치다. 몇몇 정치인은 이런 20대를 두고 정치에는 하나도 관심 없으면서 자신의 이익에는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의미의 ‘20대 개새끼론’을 부르짖으며 핏대를 세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시민사회의 제대로 된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지역 사회의 정치인이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이 어떤 이유에서 진보이고 보수인지 배운 적 없다. 과연 청년이 어떤 경로로 정치를 배워 참여할 수 있겠는가? 정치가 무엇인지 가르쳐주려 하거나 제대로 된 정치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 주기 위해서는 노력한적 없으면서, 청년이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을 만든 장본인들이 저렇게 말한다. 과연 누가 개새끼인가?

  미국의 기업가 제임스 클라크(James H. Clark)는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생각해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 할 때다. ‘쟤네는 원래 관심 없어’, ‘20대는 불만은 많으면서 투표는 안 해’등의 말로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현 정권의 주를 이루는 386세대가 20대에 피, 땀, 눈물로 민주주의의 터를 잡았던 것처럼, 지금의 20대와 10대도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을 받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현 국회의원들은 그들 스스로가 임기가 끝날 때 즈음엔 환갑잔치를 목전에 둔 나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더 많은 젊은 피가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만 하고 정치적 입지를 다져야 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살아있는’ 정치에 대해 한살이라도 더 어릴 때 배워야 하고,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을 정리하는 법을 익혀야 하며,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생각해내야 한다. 

  더 나은 한국을 위해 한국의 정치 교육은 하루 빨리 바뀌어야만 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을 탓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들의 아이디어와 입장 등을 정치에 수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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