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사 뉴시스 사회부 수습기자

  오전5시, 아직 캄캄한 새벽. 아무도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밤 활동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습기자입니다. 경찰서 귀퉁이 다락방에 자리한 지저분한 기자실에서 잠깐 눈을 붙인 후 일어나 경찰서를 돕니다. 여러분은 평소 경찰서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보통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평화로운 삶을 사시리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경찰서를 위한, 경찰서에 의한, 경찰서의 삶이 시작됐습니다.

  눈 비비고 일어나서 보통 먼저 기자실 근처의 강력팀에 갔습니다. 강력팀은 살인, 특수폭행과 같은 사건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유명인이 연루되거나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 경우에는 형사팀 업무라도 강력팀이 맡기도 합니다. 가서 간밤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출동은 했는지, 조사받은 사람은 없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물론 쉽게 알아내지는 못합니다. 민원인 신상을 보호해야 한다며 굳게 입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강력팀 뿐만 아니라 형사팀, 여성청소년계 등등 도 마찬가지이지요. 

  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배가 수습기자에게 서장실 발을 문으로 차고 들어가서 ‘서장 나와!’라고 외치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된 건지, 그런 일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경찰서를 돌아다니는 이유는 사회부 사건팀이 담당하는 많은 사건사고들을 이곳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파 세모녀 사건 등 다들 알만한 굵직한 사건들은 경찰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집니다. 뿐만 아니라, 까칠한 형사들을 상대하며 대화 이어나가고 정보를 얻는 스킬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려면 필수적인 능력이지요. 혹시 기자를 꿈꾸시는데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거절당하는 게 두려우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서에서 구르고 버티다보면 ‘될 대로 돼라’ 정신이 생긴답니다.

  이렇게 경찰서를 돌며 사건을 캐는 일을 ‘마와리’라고 합니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로 사용을 지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널리 통용되는 말입니다. 언론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하루 3~4시간씩 자며 마와리를 돕니다. 마와리를 돌다보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많습니다. 하루 20시간씩 일하면 누구나 그렇겠죠. 하지만 그렇게 일하면서 좀 더 고통을 견디는 인내심이 생기고, 단단해지는 걸 느낍니다. 마와리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이유는 분명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혹시 기자를 꿈꾸고 계신가요?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경찰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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