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미들의 외침이 모여 뿌리 깊은 성차별 문제 해결할 것

  이대 아직도 메이퀸 해요? 아, 가서 봐야하는데. 
 
여대는 어때요? 원래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잖아.


  이화를 벗어나 잠시 외부에서 실습교육을 받는 중이다. 처음으로 이화라는 공간을 벗어나 진짜 사회에 나왔다. 연습이긴 하지만 드디어 사회인이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내가 여자라서 겪는, 말로만 듣던 사회생활에서의 성적 차별을 실습 첫 날부터 느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글의 가장 처음 두 문장이 바로 그날 내가 들었던 말이다.


  내가 실습 중인 기관엔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남녀공학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사 중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면 우리 학교를 그 자체가 아닌 여자들이 다니는 대학이란 특징에 초점을 둔 질문을 많이 한다. 이화여대라고 하면 곧바로 여자밖에 떠오르지 않나보다. 또, 여자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화려하고 단아하게 꾸민 외적인 모습만을 상상하거나 그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단순히 경쟁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왜곡한다.


  선배들의 충고 덕에 어느 정도는 예상 했었던 이화 밖에서의 질문들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저런 질문들에 강경하게 반응하겠노라 수없이 다짐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상사에게 밉보이면 안 되는 일개 실습생은 그냥 멋쩍은 표정으로 메이퀸은 폐지된 지 오래예요, 아니에요, 그냥 다들 열심히 하는거죠 등의 부끄러운 대답만 할 뿐이다.


  많은 교수님들과 선배들이 이화를 이토피아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이토피아는 이화와 유토피아의 합성어로 이화여대가 유토피아처럼 구성원들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이화에서는 우리가 여학생이 아닌 대학생이 될 수 있다. 모든 일의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협력해 주어진 것을 진행하고 완성시킨다. 누가 여자는 남자 없이 못 산다고 하는가. 우리는 우리끼리도 아주 잘 살고 있다.


  혹자는 여성인권, 페미니즘에 관한 글이 본지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이대학보 기자들 및 독자들이 계속해서 오피니언 면에 여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여성혐오 문제를 비판하는 기획기사를 구상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외쳐도 여성을 업신여기는 그들에게는 지나가는 개미의 외침처럼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나,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진정으로 바른 시각을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해서 외칠 것이다.


  성적 차별은 그 뿌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고 하지만 그 뿌리는 우리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언젠간 썩고 말 것이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는 그때서야 한국은 유토피아로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를 위한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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