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축소 및 형식다양화로 제 의도 살려야

「전철역부터 대강당까지 줄줄이 뛰어가는 학생들. 수천명이 앉아있는 사이로 이뤄지는 출석체크. 기말고사경 채플수강신청 결과표를 보며 자신의 운좋음을 기뻐하는 모습들」. 위의 모습들은 물론 채플의 극단적이고 외면적인 면만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현 채플제도가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90년. 당시 총학생회는 「채플제도의 존립자체는 인정하나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설문조사·서명운동 등을 벌여 학생들의 채플에 대한 의견을 수렴(89%정도가 채플에 대해 부정적이었다)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학교측에 2년필수·2년선택, 내용·형식에의 학생참여, 내용의 다양화 등을 요구했다.

이에 학교측은 내용·형식면에 대해서는 개선의지를 밝혔으나 2년필수·2년선택제의 경우에는 「장기적 교육의 관점에서 학교 교육이념인 기독교정신 전파를 위해 4년필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때 끌어낸 성과로는 교수·학생이 공동논의할 「채플연구위원회(채연위) 」설치를 통한 학생들의 의견반영통로마련, 교목실 소속 성극반·합창반·무용반 마련으로 프로그램의 다양화, 일주일내 보강가능 등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도 채플에 대한 개선요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본보 1016호에서 「채플제도」에 관련해 실시한 백지대자보에 의하면 이화인들의 의견은 크게 「채플은 이화인의 전통이고 본교의 설립취지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유지돼야 한다」, 「채플을 인정하지만 8학기 제도나 강제적인 출석·천편일률적인 내용의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 「형식만이 남은 지금의 강제적인 채플은 폐지돼야 한다」의 세 가지로 나뉘어 진다.

그렇다면 채플에 대해 학생들의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다소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학교측이 말하고 있는 채플에 대한 학교측과 학생들의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교목실장 박원지교수(기독교학과)는 채플의 목적을 좬기독교를 전달하기 위한 것보다는 그 이념인 사랑과 봉사를 가르쳐 이화인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좭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인간공통의 가치를 토대로 한 기독교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비기독교신자라 할지라도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기독교신자, 비기독교신자 모두 채플을 좀더 기독교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곧 기독교신자의 경우 채플이 교회에서 하는 그것과는 상이하면서 기독교 성경말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기독교동아리 C.C.C의 회원인 김경희양(사사·1)은 좬학생들에게 기독교정신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서 성경말씀 중심의 채플로 바뀌었으면 한다좭고 말했다.

한편 비기독교신자는 채플을 하나의 강압적인 형식으로 받아들여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최윤경양(제약·2)은 좬지금의 채플은 수천명을 상대로 대규모 강연을 하면서 너무나 형식화되고 있다좭며 좬보다 질좋은 채플을 위해서는 선택적으로 듣고 싶은 사람만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좭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차이와 함께 현 채플은 이와 상호연관성을 가지는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그중, 채플의 형태 가운데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는 「강연」의 내용상의 문제를 첫번째로 들 수 있다.

박지영양(기독·3)은 좬지금의 훈화수준의 강연내용으로는 채플의 본뜻을 살리지 못한다좭며 좬비기독교신자가 더 많고 단대·학년 별로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만큼 신앙적이기 보다는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좭고 현 채플 강연내용의 변화가 필요함을 말했다.

이러한 일률적 강의방식을 지양하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무용예배·합창예배 등이 행히지고 있기는 하나 참가자의 다양성이나 채플공간의 한정 등으로 이 역시 일률적이 돼가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 8학기의 훈련학점 이수와 오전중의 채플시간인데 사실 학생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계 타학교와 비교해 보면 연세대의 경우 2년필수·2년선택제를 택하고 있으며 계명대는 1년필수의 형식을 택하고 있다.

타종교계 학교의 경우, 카톨릭계 학교인 서강대나 원불교계 학교인 원강대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종교행사에 대한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오전 시간대의 경우는 의견이 분분하다.

90년 3월에 발표된 교목실의 4천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오전 9시대를 45%가, 오전 12시대를 51.2%가 원하고 있다.

이는 종교위원회에서도 거론된 사안이기는 하지만 아직 채택되고 있지는 못한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화의 전통이라는 채플을 어떻게 개선시켜야만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을까. 첫째, 내용적인 측면에 대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총학생회는 월간지 「이화의 활발」5월호를 통해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8학점 중 1~2학점은 직접적인 사회봉사활동으로 충당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봉사정신을 몸으로 실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또한 학생참여를 통한 내용강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좀더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세대 신과대에서는 93년, 채플공정회를 열어 학생측의 자발적인 채플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일을 추진한 김현호군(신학·3)은 좬채플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로운 모델이 시도된다면 채플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좭며 좬따라서 공청회에서는 채플을 극·노래 등의 형식을 통해 학생들의 자치성이 강조되는 공간으로 삼자는 대안을 내놓았다좭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각 종교동아리들의 후속작업이 미비해 성과가 적었다.

동아리를 비롯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채플이 종교적 행사의 의미 이외에 학생들의 의견소통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확대돼야할 것이다.

둘째, 채플이수기간을 줄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가르친다는 취지에서 학생들을 위해 만든 제도라 할지라도 4년내내 주입식으로 가치를 심어주고자 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

학점통과가 안된 학생들은 일주일에 똑 같은 내용의 채플을 몇 번씩 듣게 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도 8학점이수의 문제점 중 하나이다.

셋째, 위의 대안들이 시행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정신적인 통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90년도에 채연위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 총학생회 사업이 다음 총학생회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지금은 맥이 끊어진 상태이다.

따라서 이를 다시 부활시켜 채플이 불만이 무성한 채로 명맥만을 유지하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채연위에 「다수의」학생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만 제대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채플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학교·학생 모두 이제 껏 그 속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자. 이화내에 채플만큼 많은 이화인이 모이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 귀중한 시간을 단지 학교는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시간, 학생들은 억지로 앉아 있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수 있도록 채플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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