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제: ‘고시’에 매달리는 학교·학생, 장학금 혜택으로 ‘고시준비’유도하는 대학

‘고시’는 단번에 전문직을 얻고 부·명예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취직을 걱정하는 대학생들에게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런 매력에 이끌린 탓인지 취업·고시합격 등으로 자퇴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그 바람에 서울대 공대 모학과는 1998년부터 대학원 특차모집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현재 이러한 고시 열풍은 각 대학 별로 고시준비를 위한 휴학생의 수가 늘어나는 기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위해 휴학을 한 연세대 노민영(상경·3)양은 “팀과제·레포트가 많은 학교 수업과 고시 준비를 병행할 수가 없어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학과 공부를 포기해 가면서까지 비법대 학생들도 고시 열풍에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균 약 200여명의 수강생에게 민법을 가르치는 한국법학원 이원영 강사는 “아무래도 법대의 교육체계가 시험을 중점에 둔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은 고시준비를 빨리 시작하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원 강의가 고시를 준비하는 비전공 학생들에게는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렇게 재학 또는 휴학 중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대학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학교 고시반에 있는 류영지(법학·3)양은 “학교 수업의 경우 사법고시를 위한 과목의 진도를 다 소화할 수 없어 기본적으로 학원 강의를 들었다”고 밝힌다.

이처럼 고시준비생에게 대학교육의 위상은 엄청난 사교육과 주입식 공교육으로 얼룩진 대학입시와 흡사하다.

뿐만 아니라 붐비는 학원가와 더불어 법과대학이 있는 학교의 경우 대부분 고시 종류 별 고시반을 운영하며 특강까지 진행하고 있다.

무려 500명 가량이 입실해 있는 한양대 고시실의 경우 재학 중에 1차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평균평점이 3.0 이상인 학생에게는 장학금이 지급된다.

70∼80년대 정형화된 특수문화로 분류되던 고시문화가 나이 어린 고시생의 등장과 더불어 대학 전반에 팽배해지면서 중심 축이 고시생 개인에서 대학으로 옮겨온 것이다.

국민대 김동훈 교수(법학 전공)는 “대학본부가 직접 주도하는 고시 준비는 이제 거대한 프로젝트가 됐다”며 “고시 대중화 바람과 고시 합격이 학교의 이미지 향상이나 서열 유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대학의 계산이 반영된 것 같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리나라 각 대학의 고시생 증가와 이런 자극제에 부응한다며 고시반을 만들고 장학금까지 주는 대학주도형 고시문화는 이미 대학 교육의 의의까지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김동훈 교수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교과 과정과 연결돼 있지 않은 고시제도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보습학원에 치중한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수업을 경시하는 것처럼 대학내 교육 과정을 파괴하는 현 사회구조 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구조의 모순을 지적하기 이전에 고시열풍에 몸담고 있는 대학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단지 고시 합격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생들과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배려한다는 미명 아래 한 명이라도 고시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 오로지 고시합격을 위해 하루 13시간이 넘는 시간을 고시공부에 할애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연 대학이란 울타리는 그들에게 어떤 교육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재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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