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교 앞, 이대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왜 이렇게 학교가 멀어보이는 건지… × ×? × 이대 앞에서는 학교를 상징하는 그 무엇도 없다.

이제 학교 건물을 우롱하는 듯 서있는 것은 비단 아파트 단지 뿐이 아니다.

얼마전 대현동 56­40번지(호원당 지역)가 재개발되어 지상20층의 주상복합건물이 공원부지를 잠식한 채 그 위용을 자랑하며 세워지고 이와 동시에 학교 앞 도로는 백화점 진입로로 탈바꿈했다.

인도는 상가를 찾는 외부인들로 북적거리고, 빽빽히 늘어선 주정차 차량 등 학교 앞은 가히 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쯤해서 이대생으로서 학교 정문을 바라보는 나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최근 이대역에서 고교시절 친구를 만난 일이 있다.

이대를 처음 찾는 그 친구는“여기가 이대야?”하고 의아해 했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에 가려 학교가 미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쩌면‘학교로 가는 길’을 잃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또 며칠 전 비가 오던 날에는 밀리는 인파 속에서 사람들이 우울 겨울에도 쭉쭉 늘어선 고층빌딩이 햇빛을 가려 꽁꽁 얼어붙은 학교 앞 경사진 거리를 종종 걸음으로 이어갈 생각이 들어 벌써부터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같다.

이 뿐만 아니다.

이제는 다림터 의자에 앉아 이야기하고 사색하는 풍경은 어딘지 을씨년해 보일 지경이다.

누군가 다가와 “여기 청승맞게 앉아있지 말고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가세요”라고 말할 것만 같다.

대규모 상가건물이 들어선 이후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2차 소비를 낳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유흥시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쉽터는 찾아볼 수 없다.

녹지라야 겨우 다림터(?)와 신촌역 앞의 가로공원이 전부인 이곳에 호원당 공원부지는 그 대부분을 고층건물이 삼키고, 그 공원마저 도로변이 아닌 건물들 사이에 형성돼‘중·고등 학교주변과 상권’이라는 특성상 우범화 돼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학교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건물들과 아파트 단지는 학교 캠퍼스를 자신들의 정원인 양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한다.

그러면 이들이 은연 중에 우리와 학교에‘「전망 좋은 방」을 위한 봉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내가 꿈꾸던 학교 앞의 모습은 사람들의 어깨를 부딪히며 걷지 않아도 되는곳, 과거 대동제의 행사 일정이기도 했던‘차 없는 거리’혹은 문화행사라 하면 대학로를 찾고, 문화용품이라 하면 인사동을 향해 목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곳이‘문화의 거리’혹은‘대학가’가 아니라, 단지‘이대 앞’으로 일컬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아직 이 공간의 문화적 의미가 괄호 안에서 미완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더이상‘이대 앞’은 특수한 고유명사가 아닌, 이화인과 지역주민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내면풍경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러한 문화와 여유는 갈수록 낯선 체험이 되고 있다.

학교 앞 거리는 이렇게 이화에 닿고 싶은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만 차단시키려 한다.

그래서일까? 이 말을 조금 더 일찍 상기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고, 자기 땅을 돌보지 않는 자는 주인이 될 수 없다”­ × ×? × 오늘도 ‘이대 앞’의 아침은‘이대’없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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