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열차 내에서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맙시다.

열차 내에서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불쾌한 행위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12월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와 돌꽃모임의 지하철 성추행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1천38명 중 75.2%인781명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응답자의 97.2%인 1천9명이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하철 경고방송 시행을 위해 민우회와 돌꽃 모임은 여론화 작업을 거쳐 서울지하철공사에 이를 요구, 몇 차례의 협상을 통해 방송문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방송문안이 각 언론에 보도 된 후 "모든 남성을 성추행자로 매도하고 있다"부터 "공공장소에서 낯뜨겁게 성추행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느냐"까지 방송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남성들의 항의가 빗발쳐 서울지하철공사측은 일방적으로 `성추행"과 `법적처벌기준"에 관한 문구를 삭제했다.

그 결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은 성추행 방지라는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옆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불쾌한 행위"라는 말은 그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해 지하철 이용 승객에게 `공중도덕(?)"을 잘 지켜달라는 부탁 이상의 수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원래 넣기로 했던 성추행시 `1년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법적 처벌기준도 밝히지 않았을 뿐더러 `처벌을 받습니다"가 아닌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성추행이 범조임을 확실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총학생회 여성국장 이윤진양(철학.4)은"성추행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가부장제라는 남성지배 사회구조속에서 이해돼야 할 문제"라며 "제도적으로 성추행의 기본 개념과 법적 처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육성방송은 한 차량당 1회방송실시라고는 하나 차장의 재량에 맡겨지는 등 강제력이 약해 방송의 실효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 민우회와 돌고ㅊ모임 등 여성단체들은 성추행 경고방송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하고 강경하게 내보낼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본교에서는 제2대학을 중심으로 이화인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이는 각 대학 총여학생회 등 여성운동 단위들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여성과 남성을 적대적 관계로 파악하는 것 아니냐" 혹은 "우리나라 이미지를 흐리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은 오히려 남·여가 평등한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작은 시도"로 평가돼야 하며 외국인에게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성폭력 세계3위라는 이 땅의 현실에 더욱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에 대해 민우회 여성노동자센터 교육부장 박봉정숙씨는 "경고방송으로 하루 아침에 성추행이 근절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를 계기로 성추행은 곧 범죄라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은 당장 그 시행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가 되지 않기 위한 장기적 제도마련과 인식변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