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전 금지를 계기로 살펴본 학생자치권 탄압

X자가 쓰여진 하얀 마스크, ‘이화인을 만난 다는데 왜! 정부와 학교당국은 우리의 입과 행동을 가로막는 겁니까?’라고 쓰여진 피켓. 이는 지난 10일(수) 다림터에서 열린 침묵시위의 광경이다.

‘학우들과 함께 학생운동을 지켜내는 이화대책위원회’는 다림터에서 학생운동과 구속학우 석방을 위한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학교측으로부터 제제를 당하자 침묵시위로서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학생처는 “사전에 활동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정문 밖 다림터에서 할 경우 외부 공권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를 밝히고 대중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인 선전전까지 허가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학생활동의 파악수준을 넘어서서 이를 통제하겠다는 의미인 듯하다.

이처럼 이전에는 무리없이 진행됐던 선전전에도 제제가 가해지는 것은 앞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학생활동에 간섭하겠다는 학교측의 의지로 보인다.

지난 방학중에는 이화학생연대주최로 학생운동 변혁에 대한 ‘정치학교’가 학생휴게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휴게실을 폐쇄하는 바람에 진행이 지연된 일이 있었다.

이화학생연대는 “이전까지 많은 단체들이 학생휴게실에서 행사를 벌였었는데 갑자기 학생휴식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장소를 폐쇄한 것은 일관성에 어긋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와 비슷하게 서강대에서도 방학중 새로운 통일방안 모색을 위한‘서부통일학교’를 개최하려 했으나 학교측에서 시설물 보호들을 이유로 강의실 사용을 불허했다.

그러나 타당한 이유없이 학생휴게실을 마음대로 폐쇄하거나 시설보호를 이유로 장소사용을 불허하는 것은 학생의 자치활동 권리를 인정않는 처사라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학교는 다양한 구실과 제도로 선전전, 토론회 등을 제제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들의 의사소통매체 중 하나인 대자보까지 강제철거 당하는 상황이다.

서울여대에서는 한총련 의장이 단식중이라는 단순보고 성격의 대자보가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학교측에 의해 철거를 요구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외에 덕성여대, 서울대 등에서도 정치성을 띤 특정 대자보만 자꾸 뜯겨나가는 것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과 의구심이 커직 있다.

이와관련 서울여대 인문대 학생화장 임병아양(독문·3)은 “가장 자유롭게 사상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대학임에도 그렇지 못하게 만드는 학교의 자치권 탄압을 학생들의 하나된 의견과 행동으로 깨뜨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대학발전에 걸쳐 학생자치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은 작년 연세대 사태 이래 조성된 학생운동근절이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부터 이다.

더구나 올해 역시 한총련 출범식으로 인한 문제점이 커지면서 그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공권력은 학생운동와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운동권 자금원을 막기위해 자치단체 예간을 철저히 감시하거, 좌경세력 조기발견을 위해 학보와 같은 대학언론을 감독하라는 등의 교육부 훈령을 통해 공권력이 학내까지 침투해 일상적 자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공권력의 영향하에 있는 학교측이 직접적으로 학생활동을 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부로 와 닿는 탄압이 되고 있다.

특히 본교는 행사개시 48시간 전에 학생터나 해당대학의 교학부에 활동허가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학칙이 모든 행사에 적용됨에 따라 자치활동이 축소당할 우려가 더욱 큰 형편이다.

그러무로 장소 사용시간 조정, 시설물 보호 등의 목적만 충족시킬 수 있는 활동 파악차원의 신고제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대학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학의 모습은 오히려 사회 모순의 작은 축소판이 돼 있다.

사상과 행동의 쟈유를 펼칠 수 있는 자치활동이 학내로 침투한 공권력과 학교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집회에서 선전전으로, 불온문서에서 대자보로 점차 그 영역을 좁혀 들어오고 있는 학생자치공간 침해는 더이상 남의 일이 될 수만을 없다.

이제 우리의 자치공간지키기는 운동권만이, 학생회만이 담당해야 할 몫은 아니다.

모두의 문제의식이 하나로 모아져 요구의 목소리를 낼때만이 학교와 공권력의 이중탄압구조가 깨지고 학생자치권이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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