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취지 불구… 대학인의 주체적 사고 간과할 우려

대학의 학부제 등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 대학원마다 전문대학원이 생기고 있고, 대학입시제도가 바뀌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는 오늘날의 교육제도, 이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 대학들. 대학들은 이제 전문성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채 무한경쟁이란 전쟁터 속에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부에서 내세우는 대학 다양화, 특성화의 모형은 연구중심·교육중심·기술중심 대학으로 나뉘어진다.

이에 현재 우리나라의 질적 수준이 낮고 학사운영이 엄정하지 못해 졸업생의 자질과 연구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데 대한 비판에서 나왔다.

94년 11월 본교에서 개최된 대학교육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이한구 교수(성균관대)등은 "연구 및 교육여건이 앞서 있는 소수의 대학은 연구개발과 고급두뇌양성의 선도적 기능을 수행하고 여타의 대학들은 중견인력 양성과 이론및 기술 보급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기능분화가 이루어게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대학 다양화, 특성화의 기본관점이다.

교육부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학의 모형으로 상정하고 있는 "연구중심 대학"의 선행조건은 학부의 통합적 운영과 대학원 기능의 강화이다.

현재 일반 대학원, 특수 대학원을 포함하여 4백 21개의 대학원이 있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지금까지 대학원이 깊은 학문적 연구기능을 수행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학원 과정을 대폭 강화하여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각 연구중심 대학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그러나 작년 서울대 총학생회 학술국장 박응석군(철학·4)은 "외국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그야말로 학자양성을 목적으로 학부가 없고 대학원만 있는 체제인데 우리나라에서 제시되고 있는 연구·교육 중심대학의 모형은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개념정립이 되지 않은 채 각 학교마다 해석이 분분한 상태"라고 말한다.

본교의 경우 연구중심대학의 방향아래 인문·사회·자연대는 연구중심, 법대·의대·공대·상경대 등은 전문인력 양성위주, 예체능 계열은 실무교육을 강화시키고 연구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특성화 시킬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 방침을 보면 대학원도 연구중심 대학원, 기능 중심 대학원으로 세분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 대학원이 학자와 연구자, 고급 전문인력 양성을 겸해 왔는데 이제 학자를 전문적으로 길러내는 일반대학원과 전문직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원, 직업인 또는 일반인 재교육을 담당하는 특수대학원 등으로 나누려는 것이다.

본교에서는 그 일환으로 연구중심대학원을 위한 대학원 견구팀을 10월달 발족시켜 대학원 기증강화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학원 교학부장 정동열교수(문헌정보학과)는 "96학년도부터 대학원 입학전형을 학과특성에 맞추어 필기보다는 다양한 면접, 구술시험을 통해 기본적 능력을 측정하려 하다"고 밝힌다.

이처럼 앞으로는 우수인재를 선발하려는 방안들이 마련되며 각 학교마다 학부생 정원 감원, 대학원생 정원증원 등과 함께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편 본교는 법과대학원·국제통역대학원·정치행정대학원·신학대학원·임상보건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학문적 연구를 심화시키려는 이러한 움직임들은 그동안 제대로 된 연구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대학, 대학원 교육에 있어 분명 바람직한 시도이다.

그러나 총학생회장 고미진양(경영·4)은 "전문기술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의 경우 산악협동 체제등 기업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 대학의 기능이 취업을 위한 전문적 기술습득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대학은 변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전문적인 산업 일꾼을 재생산하는 장으로 변해가며 공동체성과 비판의 기능들을 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잇는 각 대학들의 갑작스런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발표, 유행처럼 구체적 준비상황 없이 시행되는 학부제 도입 등은 진정 연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처럼 학생들의 의견수렴이나 논의과정 없이 진행되고 있는 교육정책 속에서 과연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교육의 객체로 이분화시키고 잇는 교육개혁의 흐름은 고등학교 교육과는 달리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대학인양성이라는 역할을 간과하고 잇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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