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감을 쓰라는 말에 하루종일 마음이 심란한 나머지 무더운 여름날 이대 앞을 뱅뱅 돌았다. 글을 왜

“난 미적감각이 있으니까 디자인전문대학원에 가야지” “아니야, 앞으로는 반도체 산업이 중요해. 난 반도체 전문대학에 가야지. 그런데, 학교도 작고 운동장도 없다던데” 이런 류의 이야기는 몇년 후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5.31교육개혁안은 획일에서 다양화로, 규제에서 자율화로,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의 변환을 꾀하고 있다.

이 자율과 다양화가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대학설립·대학정원·학사운영의 자율화이며,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는 대학모형을 6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건축·디자인같은 특정분야 전문가 양성에 필요한 전문분야의 소규모대학, 예술 전문분야 대학, 기술자 양성을 위한 산업현장 연계대학, 학부에서는 교양교육을, 대학원에서는 전공을 갖는 학자양성대학 등이다.

이러한 여러 대학모형설립을 위해 교개위가 내세운 것이 ‘대학설립준칙주의’이다.

지금까지 4년제 대학은 일정이상의 (학교터 10만평, 건물 3천평)공간과 재원 1천2백억이 확보되어야 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데 반해 97년부터 단계적으로 대학모형에 따라 몇가지의 준칙을 충족시키면 대학설립이 자유로워지게 된다.

또한 학부없이 대학원만 두는 단설대학원 설립이 허용된다.

이에 대해 박도순교수(고려대 교육학과)는 “대학설립이 자유로워질 경우 소규모의 대학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소규모대학이 열악한 재정상황 등으로 얼마만큼 시설·교수확보와 교육의 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설립자율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이런 대학설립 자율화방향은 소규모 전문대학 설립에 있어 자율성을 부여하고 대학교육을 차별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차별화의 방향성과 목적성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역사범대학생대표자협의회장 명원창군(성균관대 교육·4)은 “대학 차별화가 전문성 담보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이지만 그 전문성의 목표가 현실산업구조에 잘 적응하기 위한 취업준비인것 같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전문화된 대학이 자유롭게 설립되고 그에 따라 대학정원·등록금책정자율권이 부여되면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의 무한 경쟁이다.

수요자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늘어날 경우, 각 대학들을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각자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더나은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박거용교수(상명여대 영어교육학과)는 “등록금 책정 자율화, 정원자율화라는 사학의 운영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지 않고 국민에게 부과, 등록금에 전가하는 논리이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부금 입학제 등이 그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이처럼 대학의 자율화는 대학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살아남기 위해 대학은 교육철학이 전제되지 않은 이벤트성 정책을 남발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 일례로 별다른 교육과정이나 대학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울대를 시작으로3,4학기제, 학부제 등의 정책을 많은 대학들이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이는 대학을 자율화 시키고 다양화시키겠다는 교개위의 여러 정책이 대학들의 과다경쟁으로 인해 또하나의 획일화로 드러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학원에 가야만 심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 대학원을 가야만 취직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때의 과다한 교육비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교개위의 5.31교육개혁안은 이제까지의 교육개혁보다 훨씬 폭넓은 측면에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학의 다양화, 자율화는 기본적인 교육철학의 기반없이 본래의 좋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대학을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시킬 많은 위험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학간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적자생존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대안제시 없는 자율과 교육의 질적향상을 담보하지 못한 다양화는 결국 또하나의 규제와 획일화를 초래할 뿐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