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적 흑백논리 탈피해야 「…알 수 없다.

요! 세상은 비밀로 가득차 있다.

연세대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의문에 휩싸인다.

「즐거운 사라」의 작가 마광수교수는 왜 대한민국 형법에 의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고, 국속되고, 재판받고,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되었는지. 왜 연세대학교는 그의 교수직위를 박탈했는지. 또 왜 연세대학교의 어떤 한생들은 그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프랭카드를 내걸었는지… 」 -주인석(연출가), 한겨레신문 94년 9월 10일자「시평」 중에서- 92, 93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광수 필화사건」은 마교수의 법적공방전과 학생들의 자발적 항의를 축으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92년 10월, 마교수가 검찰에 「음란물 제조 혐의」로 구속·수감되던 날, 연세대 국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마광수교수 명예회복과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현재 강단복귀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개칭-대책위」가 꾸려졌고 마교수의 강의를 듣던 1천여명의 학생들은 마교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한 마교수사건 항소심 공판이 게속되던 94년 1월, 일본에선 「즐거운 사라」가 출간되어 일본어판 번역 한국소설로서는 최다부수인 8만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그리고 작년 7월, 마교수는 항소심 공판에서의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선고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 재판을 지금까지 계류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대책위를 비롯한 연세대 국문과 학생회는 「마광수는 옳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즐거운 사람 사건」 구속을 전후한 논쟁, 공판기록과 관련감정서, 마교수의 명예회복을 위한 그간 학생들의 활동, 마교수 문학세계에 대한 분석 등을 골자로 하는 이 책은 이른바 마교수의 구속 및 직위해제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6백여쪽에 달하는 긴「성명서」라 하겠다.

대책위 대표 고관주군(연세대 국문·3)은 『책을 통해, 「즐거운 사라」 판금 조치 이후 잘 알려지지 않은 마교수사건 전개과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문학에 대한 법적제재의 부당성을 입증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예술가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시, 소설, 수필 등에 담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사법권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할 수 없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상화교수(철학과)는 『당국의 문학에 대한 법적 개입은 독자·시민의 비판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처사이고, 학교가 임의적으로 마교수 직위해제를 결정한 것 또한 학생들의 자정능력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연세대 국문과 대칙위의 이와같은 활동은 법의 부당한 문학적 간섭에 대한 조직적·체계적 저항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당국의 「출판·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권력 투입의 부당성을 말하려는 것이 「마광수는 옳다」라는 단정적인 표제로 외화되면서, 「무엇데 대해, 과연 어디까지 옳다는 건가」하는 의문을 품게한다.

이 책은 마교수 문학의 핵심은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며 이는 곧 「봉건적 사고에 대한 도전」이라 한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즐거운 사라」의 주인공 사라는 자신의 외모컴플렉스를 쌍꺼풀 수술과 화장술 등 외모의 껍질입히기로 극복코자 하는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이책은 「즐거운 사라 여주인공은 사회통념상 금지된 사제간의 애정행각을 통해 권위주의를 공격한 것」이라는 장정일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데, 「즐거운 사라」에서 그려지고 있는 한교수는 「지독히도 야한 여자, 자기만을 위해 화사하게 화장도 해주고, 페팅도 해주고, 그러면서도 자기의 의견은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는 편한 여자만을 원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마교수가 그린 여성상은 외형적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주체적이지 못하다고 이야기 돼오던 과거의 왜곡된 여성관을 나타내고 있어 그가 「성에 대한 논의의 해방」이라는 「진보」를 외치며 「여성의 대상화」라는 또다른 「보수성」을 굳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즉 마광수가 말하는 「성의 해방」은 금기시되던 성에 대한 담론을 개방시켰다는 점에서「진보」일 수 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 전혀 진보적이지 못한 「여성의 억압을 바탕으로 한 남성만의 해방」이라는 기존의 보수적 담론의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책위 대표 이윤석교수의 말처럼 이 책인 진정 「단순히 마교수를 응원하고 변호하는 책이 아니라 봉건 수구 세력과의 싸움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한 형태」 라고 한다면 이러한 「보수성향」에 대한 지적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 쪽의 논리만을 펴는 것은, 자유로운 창작력을 인정하지 않는 당국의 출판·표현 억압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여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 차원을 넘어서, 마교수 문학자체가 합리적이고 모범적이라는 비약으로 치닫을 우려를 낳게 하기 때문이다.

문학을 법의 도마 위에 올리려는 당국의 전체주의적 발상은 물론이거니와 이 부당함에 항의하는 노력의 방법 또한 「한 쪽이 그르다면 다른 한 쪽은 옳은 것」이라는 도식적 흑백논리가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볼수 있다.

말로는 「문학을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 하지만 「법의 잣대」와 「마광수는 옳다」양쪽 모두 무책임한 「독자 길들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