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신문 모방…학생 특유 참신함 번득여야

제3기 모니터 모임을 총정리하고 결산하는 의미에서 우리는 「이대학보」의 한 고정란을 선택하여 그것을 평가하고 그 내용을 지면화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우리 모니터들이 설정한 고정란이 「팔복동산」이었다.

「팔복동산」은 이대학보사의 정기자들이 쓰는 4면의 고정칼럼이다.

또한 「팔복동산」은 매시기마다 가장 시사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기사화하는 란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90년 2학기 「팔복동산」을 평가하면서 그 동안의 정세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는 9개의 「팔복동산」이 신문에 실렸다.

전교조 탄압을 위한 문교부의 술책, 수해대책에 대한 정부의 기만성, 「우르르쾅」이라 일컬어지는 「우르과이 라운드」, 범죄와의 전쟁선포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일련의 사건들, 안기부의 불법연행과 밀실고문 수사, 정치와 폭력조직의 뒷거래 등 결코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주제들이었다.

이렇게 「팔복동산」의 주제만 나열해 보아도 90년 하반기 정세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팔복동산」은 내용 서술이나 문체에 있어서 몇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주제는 서로 엇비슷한데, 때에 따라 강조하는 바만 차이가 나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한 칼럼 안에 여러가지 사건을 나열하여 독자로 하여금 초점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고 혼란을 야기시키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924호 「팔복동산」은 미국이라는 외세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UR 개방압력의 부당성과 미군의 한국인에 대한 모욕적 행동, 「한미행정협정」까지 다 포괄하려는 시도로 내용이 산만하게 전개되었다.

문체면을 보면 「기성신문을 읽는 듯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어서 학생기자들이 학생만이 가지는 참신함을 포기하고 기존의 일간지를 지나치게 모당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위의 문제점은 각각의 구체적인 사건마다 대학신문 기자들이 가지는 고유의 시각을 제시하고 대학인 특유의 지성이 번득이는 문체확립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모니터들은 이번 학기 최우수 「팔복동산」으로 11월 19일자의 「검은 돈을 먹고 사는 악어새」를 선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들추어진 국회의원과 폭력세력의 밀착을 폭로한 것이다.

이 칼럼은 범죄와의 전쟁선포로 세상이 시끄러운 와중에 위정자의 한사람인 금뱃지를 단 국회의원이 배후에서 폭력세력을 비호하려고 권력을 남용하는 장면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전쟁선포의 화살」이 과연 누구에게 던져지고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제 「팔복동산」에 가하는 제3기 모니터들의 따끔한 충고가 헛되지 않도록 기자들 나름의 자질 향상과 함께 우리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늘 새롭게 태어나는 「팔복동산」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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