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이화는 때아닌 총학생회 문제로 내내 흉흉한 분위기였다.

총학이 준비한 행사들은 언제나 ‘이화인의 참여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조용히 지나가기 다반사였고, 대다수의 이화인은 ‘학생회장 얼굴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외부지원금 문제가 터지면서 이화인의 관심 밖인 것처럼 보이던 ‘총학생회’가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총학에서 실무를 보고 있는 이화인은 현재 열 명이 채 안된다.

총학은 회장, 부회장 그리고 사무국·교육자치국·연대사업국·여성국 등으로 조직된다.

그러나 부족한 인원 탓에 각 국은 1∼2인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직적인 운영이나 국간 견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이화인의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총학 운영은 결국 소수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사태는 막대한 규모의 예결산을 사무국장 혼자 별다른 견제 없이 꾸려나간 탓이 컸다.

현재 총학에게는 막대한 권력이 주어져있다.

이화의 각종 정치적 견해를 대표한다는 점에서부터 학교와의 협상권, 또 가장 거대한 규모의 지원금 등이 총학에게 쥐어진 권력들이다.

그러나 이 대의기관이 정해지는 것은 한 달 가량 반짝 진행되는 선거에 의해서다.

이화의 선거는 결국 소위 ‘기독권’과 ‘운동권’의 대결이다.

다양한 선본의 각축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이 두 선본간의 ‘뻔한 대결’만이 존재했다.

게다가 각 선본의 성향 스펙트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최근의 선거는 대개 1:1 대결구도로 진행됐다(그나마 작년에 여성주의 선본 ‘릴리스 페어’가 등장했던 정도다). 이에 이화인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세분화해 선택할 권리를 놓치게 됐다.

현재의 ‘막혀있는’ 선거세칙으로는 선본 외 단위들이 공약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각 선본의 문제의식이 던져지기만 할뿐이다.

이같이 부실한 기반에서 시작되는 총학의 활동은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총학과 학교 측은 지난 학기 등록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학기가 접어드는 5월 중순까지 등록금 관련회의를 가져야했다.

회의자리의 위상과 정보공개 문제로 논쟁이 한없이 늘어졌기 때문이다.

자치공간 문제를 놓고도 한참동안 회의가 진행됐었으나 회의 내내 불만들을 산발적으로 늘어놓는 분위기였다.

대의기구를 갖추고도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에 대해 이화인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구조적이든 현상적이든 이화인에게 총학의 위상은 점점 부실해지고 낮아지고 있다.

이전의 필요에 의해 총학이 갖고 있는 각종 권력들이 현재 이들에게는 벅찰 정도다.

보다 견고한 이화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자치상’에 대한 토론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절실한 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