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입과 귀」로 자리하려는 대학언론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더욱 공공연해지고 있다.

장기집권을 위해 필히(?) 장악해야할 언론과 학생운동의 교집합인 대학언론을 탄압함으로써 정권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언론탄압은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제작·배포」혐의로 기자와 필자를 구속하는 직접적인 것이었으나 최근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학교를 중간에 내새워 원고 및 면계획서 사전검열, 특정기획 삽입 또는 삭제, 사설권침해 등의 간접적·조직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이러한 간접탄압은 성신여대·덕성여대·명지대·광운대 등 주간교수를 위시한 학교측의 편집자율권 침해가 가장 일반적이고 추계예대·항공대·국제대의 경우처럼 예산삭감으로 발행부수와 횟수 축소 또는 아예 발행중지로 실질적인 폐간조치인 경우도 있다.

현재 이에 맞서 서울지역에서만도 10여개 이상의 신문사들이 완전한 편집자율권쟁취를 요구하며 작게는 발간지연·배포중지, 크게는 제작거부와 함께 기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신여대의 경우는, 편집회의를 무시한 재단이사장의 입학축사 게재강요와 사설권의 문제를 발단으로 시작되었다.

게다가 주간교수와 학교가 수습기자 선발에 선배기자면접을 제외하라는 등 편집자율권을 전면침해하자 지난 3월 6일부터 지금까지 신문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사설은 교수들 학문진흥의 장이니 당연히 교수가 써야한다는 억지주장에다 신문사의 사장은 주간교수인데 직원일 뿐인 기자들에게 수습선발권은 당치 않다는게 말이 됩니까?』라며 성신학보 취재부장 안수영양(국문·3) 은 분개한다.

이에 성신언론출판협의회는 방송국·교지·영자신문사의 연대 투쟁을 결의하고 교내선전전, 호외제작등을 하고 있다.

『정권과 학교의 기관지로 전락시키려는 의도에 대해 편집자율권이 보장된 민주사칙제정만이 해결방법입니다.

이에 타언론사도 학보사의 단순지지가 아니라 이번에 함께 학원언론자주화를 이루려는 것이지요』안양의 말이다.

덕성여대의 학내 탄압은 더욱 극심하다.

덕성여대신문사는 4월 8일자 발행을 앞두고 주간교수에게 면계획서를 검토받던중 주간교수가 모든면에서 삭제와 수정을 요구해와 제작을 중지하고 농성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신문사의 입장을 알리는 대자보가 대낮에도 공공연히 찢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국제대학보사는 학교심의위원회 검열로 한달만에야 그나마도 1면 등록금 관련기사의 해설부문은 백지로 남긴채 발행해야 하는 등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러한 간접탄압은 89년 5. 6 조치 이후 본격적으로 행해져왔다.

「학생회와 학교당국이 따로 신문을 발간한다」는 대학신문 이원화조치로 탄압의 자격(?)이 교육부에서 학교로 위임마련된 것이다.

『학교와 정부의 뜻에 어긋나는 기사를 쓸테면 써라, 학교당국은 따로 신문발간하겠다』라는 식의 주장으로 편집권을 모두 쥐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지대신문사 경우에 명백히 드러난다.

주간교수방에서 학생기자 동태파악서, 명대신문파업으로 학교가 획득한 성과와 오류를 기록한 교무위원회보고서와 함께「이원화조치계획서」가 발견된 것이다.

『학교를 내세운 간접탄압은 탄압의 진짜 주체가 정권이라는 본질이 은폐되기 쉽습니다.

마치 개별학교와 기자간의 의견대립으로 왜곡되니까요. 각각의 대학건론을 각개격파에 나선 정권은 도덕성을 실추하지않고도 효과적으로 성공하는 것이지요』 탄압이 개별학교로 외화되어「찻잔 속의 폭풍」으로 왜곡 축소된다는 것. 그러나 이런 똑같은 양상의 학교탄압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아 계획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지역 대학신문기자연합 허진석군은『92·3년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청년학우들을 합법적 출판물로 선전선동해 내어 올곧게 의식화·조직화하는 강력한 매개인 대학언론을 휘어잡아 힘의 우위에 서고자하는 정권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와같이 대학언론 성격규명과 탄압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 신문사는 구체적 해결대안으로 편집자율권보장을 위한 「민주사칙개정」에 촛점을 모으고 있다.

이는 예전 검열을 강화하는 정도를 넘어 교수심의위원회신설, 사설권요구, 필자선정 개입등 경우마다 주간교수와 학교는 학교규정집에 명기된 사칙을 근거로 삼고있기때문이다.

또한 힘든 협상과정을 거쳐 편집자율권을 주간교수와의「암묵적동의」등으로 얻어낸 후에도 그 교수의 보직기간이 끝나면 편집자율권을 위해 신입교수와 새로운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봉건적이고 비민주적인 사칙을 아예 개정하여 공문서화하자는 것이 대학언론사들의 주장이다.

현재 서대기련에서는「사칙연구팀」을 구성하여 자료를 수집·연구중이며 이미 서울지역 25개사 가운데 21개사가 사칙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각 언론사와 서대기련은「해방언론」이라는 제호의 신문제작, 선전전등을 통해 학생들과의 연계를 높일 사업을 계획중이다.

편집자율권으로 비롯되는 대학언론자주화가 비단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원자주화의 초석이라는 생각 하에 신문사와 총학생회가 함께 연대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학생회 체계속에서 학교·정권·학생이 가장 첨예하게 만나는 대학언론의 자주화를 실제 주인인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내겠다는 결의로 지지대자보 게재, 셔명운동등이 높은 호응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무릎꿇는 곡필보다 서서죽는 직필」이라는 기자정신으로 사회변혁시 언론의 역할을 올곧게 해내려는 대학언론은 「탄압」을 오히려 정권의 본질을 밝혀내는 강력한 무기로 세우기 위해 학생들의 더욱 강도높은 연대투쟁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전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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