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시키는 일을 할 때야 따라오는 소중한 행복

  얼마 전에 방 정리를 하면서 중학생 때 작성했던 학습지를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북미 원주민은 개개인의 취미나 특이점을 살려 ‘늑대와 춤을’ 같은 생동감 있는 이름을 서로에게 지어줬다고 한다. 나한테 걸 맞는 이름을 지어보는 활동에서 내 이름을 ‘날개 부러진 기러기’라고 써냈었다. 중2.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저 멀리 모험을 떠나고픈 본성을 가졌지만 부러진 날개 때문에 꼼짝 못하고 갇힌 현실을 괴로워하고 있다고 내 상태를 평가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답답함을 한풀이하듯 이화에 오고서부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일단 하고 봤다. 대학 생활 중의 다양한 시도들 중에서도 다소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도전했기에 내 인생의 전환점이 돼준 활동이 피스버디다.

  16학번 입학식에서 피스버디가 언급됐을 때부터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활동하는 이 단체가 내겐 매력 덩어리였다. 하지만 당시에 갓 시작한 영자신문사 이화보이스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것이란 조언이 다수였다. 피스버디에 1년간 성실히 활동할 자신이 없어 지원을 망설일 때 이화에서만큼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도전하기로 결심했던 것을 떠올렸다. 2016년도가 끝날 무렵이 돼서 더 미루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지원했고, ‘버디’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을 달게 됐다.

  그때 내가 도전했기에 지구 반대편에서 몇 시간 동안 보이스톡할 수 있는 핀란드 친구, 늦은 새벽에도 본인 자취방에 초대해주는 미국인 친구들, 유럽에 얼른 교환학생 와서 재회하자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집순이라고 칭했던 내가 외향적으로 변한 모습도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새 회장이라는 직책까지 버디들이 나를 믿고 맡겨줬다.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무한하다; 바빠서, 돈이 없어서, 학점 관리해야 돼서.. 그럼에도 문득 드는 생각이 한때 칙칙한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교실에서 찢어진 날개를 보며 날지 못해 슬퍼했던 내게 지금은 반짝이는 비행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화학생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소중한 특권처럼 느껴진다. 20대로써 취준, 공부, 알바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열정으로 도전하라는 말이 꼰대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난 대학 오기 전의 갑갑함을 생각하며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지금이 진심으로 행복하다.

  중2 때 받았던 학습지 빈칸을 다시 채우게 된다면 ‘자유로운 파일럿’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짓고 싶다. 지난 2년간 이 비행기를 마음껏 조종해왔고 이화에 입학하기 전엔 내 상상력이 미치지도 못했던 곳들을 날고 있다. 2018년도 첫 학기를 맞이하며 또 어떤 미지의 세계를 발견할지 기대된다.

  내 비행기에 연료는 꽉 차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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