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 대학교(University of Kansas)

  어느덧 미국에서의 한 학기 교환학생을 끝내고 이틀 전 한국에 도착했다. 돌아오기 며칠 전부터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많이 변한 것 같은데, 한국에 있는 내가 상상이 되질 않는데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고작 7개월 동안 떠나있던 한국인데,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내가 신기했다.

  어떤 것이 나를 변하게 했고, 나는 어떻게 변했을지 되짚어 봤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나에게 집중하기’였다.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갈 때도 기본적인 화장은 하고 다녔고,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함에도 한쪽 어깨로 메야 하는 예쁜 쇼퍼백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수업을 갈 때 모두들 운동복 차림에 백팩을 멘다. 가장 낯설었던 풍경이었다. 공부를 하러 가는데 왜 꾸미냐며, 내가 편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수업을 갈 때 화장을 하는 것이 이상해보일 정도이다. 졸업 후의 계획들은 한국보다 더욱 다양한 진로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전공을 불문하고 모두들 고시를 준비하거나 대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꿈과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정말 자신이 원한다는 것이 대화 속에서 느껴졌다. 때로는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당황할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삶에 있어서는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 그러면서 나도 정말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더욱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또한 공부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매번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시험만 잘 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벼락치기로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었다. 미국의 수업들은 한 두번의 시험보다는 매 수업에서의 퀴즈나 수업 참여를 더욱 중요시 여겼다. 그래서 처음에는 강제적으로 매 수업을 예습하고 복습했다. 수업을 예습할수록 수업에 더욱 흥미가 생겼고, 배우는 것도 더 많았으며, 시험기간에 고생하지 않아도 됐다. 처음에는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할 정도로 매 수업의 퀴즈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진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즐겁게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다. 또한 각자 자신의 생각을 서슴없이 말하는 토론형식 수업이 강의식 수업에 익숙한 나에게는 매우 스트레스였지만,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들으며 진짜 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막상 한국에 와보니 비행기에서 했던 걱정들은 괜한 것들이었다. 나는 변했지만 변한 나대로 한국은 나를 맞이해 줬다. 언제 한국을 떠났었냐는 듯 단숨에 적응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한 학기의 꿈을 꾸었던 것처럼, 미국에서의 삶은 내 기억 속의 또 하나의 경험이자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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