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삶에서 스스로 과대평가해야 당당한 나 될 수 있어

  나는 대학교 3학년이다.  몇 달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취업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아침을 먹다 갑자기 아빠가 취업 준비는 하고 있니? 라고 물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답은 전혀였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은 하나씩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교환학생, 토익, 자격증 등.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부모님께서는 그날 이후부터 물밀듯 질문을 던지셨다. 아니, 저는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니까요. 슬퍼졌다. 남들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왜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을까? 어느 날 아빠는 작정한 듯 날 식탁에 앉히고는 윽박질렀다. 멍하고 무기력한 모습 말고, 입시 준비할 때 빛나던 눈을 보여 달라 하셨다. 아빠는 넌 왜 꿈이 없냐고 물어봤다.

  모든 사람이 꿈이 있어야 하는가? 아니지, 취업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꿈이 없는 사람인가? 왜 나는 아무것도 안한다는 이유로 혼이 나야 하는 걸까. 살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였다. 그래서 그냥 주어진 공부만 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니면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닌가. 그때의 나는 분하고 억울하기만 했다.

  이 사건 이후 나는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부모님의 말씀은 날카롭게 내 마음에 비수를 꽂았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봤다. 참 우스울 정도로 답이 빠르게 나왔고 꽤나 단순했다. 글을 쓰는 것.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난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다. 3학년이 돼서 새로운 동아리를 가입했다.

  지금은 그 동아리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놀랍도록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과제와 전공 공부를 할 때는 억지로 하던 내가, 소설을 쓸 때는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당장의 판단으로는 소설가가 내 직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다. 글을 쓸 때의 즐거움이 내 인생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입에 발린 소리라고 무시했던,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길이 보일 것이라는 얘기가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어쩌면 나의 무기력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었다. 나는 똑똑하고 자랑스러운 지성인이다. 세상에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빌미로 나를 과소평가했다. 나의 재능을 믿지 못했다. 애초에 재능에 대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가? 남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의 재능을 믿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화인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누구보다 대단하다, 그리고 매우 똑똑하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해라.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스스로를 믿어라. 그렇다면 당신의 미래에는 놀랍도록 멋진 당당함과 밝음이 늘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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