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모로코 작가, 2016년 공쿠르상 받아

▲ 15일 오후2시 학관 109호에서 프랑스-모로코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특강이 열렸다. 슬라마니 작가가 참여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레일라 슬리마니(Leila Slimani)는 “D'une femme”(여성)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15일 오후2시 학관 109호에서 프랑스-모로코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가 자신의 작품 속 주요 특징인 ‘여성’과 ‘모성애’ 등에 대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소설 「달콤한 노래」로 2016년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으며 6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으로부터 장관급인 프랑스어 진흥 특사로 임명받았다.

  슬리마니 작가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이주해 이중국적을 지녔다. 그는 두 나라에서 모두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나, 작가로서는 이러한 무정체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는 항상 이방인이며 글을 쓸 때의 나는 특별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정체성은 나의 작품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의 성(性)과 몸을 표현하다

  그가 쓴 소설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4년 출간된 「오크의 정원에서」는 겉으로는 행복하고 유복해 보이지만 공허와 섹스중독에 빠진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에로틱하거나 포르노적인 전개로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건조한 문체로 성과 여성의 몸을 표현했다”며 “섹스중독에 걸린 여성의 쾌락적인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이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마담보바리」,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의 「안나 카레니나」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마담보바리」와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여성의 불행한 결혼생활 등 고전적인 여성상을 현대사회에 적용했다.

  슬리마니 작가는 “이런 여성들이 인터넷이 있고, 다른 성문화를 지니고, 많은 여성이 직업을 가진 현시대를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궁금했다”며 “고전적인 여성상을 현대화해서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다

  또 다른 소설 「달콤한 노래」는 여성의 이야기와 함께 ‘모성애’에 대한 편견도 다루고 있다. 그는 “엄마도 가끔은 외롭고, 걱정이 있고,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많은 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창작 계기를 밝혔다.

  이 작품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주인공인 유모가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을 살해하는 내용이다. 슬리마니 작가는 가족 안에 있지만 가족일 수 없는 유모라는 존재에 흥미를 느꼈고 미국의 ‘유모 살해 사건’을 접해 「달콤한 노래」를 집필했다.

  주인공 루이즈는 소외된 존재지만 유모로서 한 가정에서 점차 중요한 존재가 돼간다. 그러나 이 가정의 완전한 구성원이 될 수 없는 루이즈는 점차 고독에 대한 두려움으로 광기에 휩싸인다. 작가는 루이즈처럼 배척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소설 속에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가정과 양육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유럽 국가의 경우 필리핀, 아프리카 출신 등 이민 여성이 유모로 고용된다”며 “아이의 양육 문제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번 특강에 참석한 안주현(불문・15)씨는 “여성에 대해 현대적 시각으로 글을 쓴 것 같아 작가의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다”며 “특히 앞으로도 여성에 대한 작품을 쓰겠다고 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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