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도외시하는 당신 중심을 나로 잡으면 어디든 아름다운 곳

  ‘어디 사세요?’, 많은 사람이 서로를 알아갈 때, 흔하게 묻는 말 중 하나다. 이 질문 하나로 같은 지역 주민들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홀로 떨어진 다른 지역 사람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경기도 시흥시에 산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시흥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인지도가 낮은 시흥시에 산다는 것이 괜히 위축되고 싫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시흥시가 좋다. 거주지가 ‘서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 생각했던 내가 왜 사고를 바꾸게 되었는지 말하고자 한다.

  시흥시는 내가 7살 때부터 살아왔던 마음의 고향이다. 출생지는 서울이지만, 나의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는 모두 이곳에서 보냈다. 시흥시 은행동에 쭉 살면서 은행초등학교, 은행중학교, 은행고등학교를 탈 없이 졸업했고, 시흥은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에 오면서 시흥에 대한 나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뀌어갔다. 대부분의 대학교 친구들은 시흥을 몰랐고, 가끔 알더라도 시골로 알고 있었다. 시흥에서 학교를 통학한다고 하면 놀라워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흥주민으로서의 자긍심은 낮아졌다. 그러면서 서울을 동경하게 되었고, 나중엔 무조건 시흥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시흥시청에서 기획한 ‘시흥청년 체인지 메이커 수업’을 수강했다. 이 강좌는 자신의 고향에서 활동하는 ‘지역 기반 활동가’의 특강과 현장답사로 이뤄져 있었다. 이러한 배움 속에서 내가 거주하는 시흥시와 다른 지역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은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으로만 나뉜 국가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했던 사람으로서는 큰 변화였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나 지방에서도 가수, 기획사 대표, 문화공연 기획자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나에게 성공의 기준은 무조건 ‘in 서울’이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도 인서울을 해야한다는 무언의 강박관념을 주는 것, 초등학생에게도 아파트 평수나 사는 동네가 친구관계에서 차별로 이어진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 등이 그 예시이다. 

  사실 나 역시 여전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고, 미래의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은 남아있다. 그래도 앞서 말한 강의를 통해 내가 살아온 지역인 시흥을 더 알고 싶어졌고, 성공의 기준을 서울로만 한정하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은 좋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의 고향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고향에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나와 같이 자신의 지역을 도외시하게 됐던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디에 살든, 어디에서 활동하든, 열심히 살아가면 그곳은 빛나는 지역이 된다고.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