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대 52번가’의 전경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배꽃 벽화가 골목을 수놓고, 먹거리, 패션, 문화가 한 곳에서 만나는 곳…. 본교 정문 오른쪽 골목부터 신촌기차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이화여대 52번가’ 길이 작년 5월31일 선정된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청년몰 사업)으로 새 옷을 입었다. 작년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에서 한층 더 다채로운 지향점을 갖고 진행된 청년몰 사업은 중소기업청과 서대문구청, 본교 산학협력단이 함께 진행했다. 청년 창업의 메카로, 사회와 대학의 공생지로,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52번가를 2일 취재했다.

 

▲ 미디어아트 제품화형 상점 ‘아리송’에서 판매하는 D.I.Y. 상품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대학과 사회의 공생

  52번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죽은’ 상권이었다. 상권이 한창 활성화됐던 2000년대 초반에는 평당 80만 원의 임대료를 호가했던 52번가 지구가 2016년에는 평당 20만 원으로 1/4 가량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체감 임대료 하락은 더 극심한 수준이었다. 인근 신촌, 홍대 상권과 비교했을 때 더 낙후된 52번가를 다시 일으키고자 시작된 사업이 바로 청년 창업지구 조성이다.

  전통시장 청년몰 사업(청년몰 사업)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52번가는 대학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이화 52번가 청년몰조성사업단 박찬영 기획팀장은 “52번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로드샵 형태로 구성됐을 뿐 아니라 대학과 산학 협력이 이뤄지는 실험적인 형태”라며 “52번가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관찰하는 다소 실험적인 청년몰”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박 팀장은 “다른 전통시장 청년몰과는 달리 52번가는 단순히 지역상권이나 청년상인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 대학이 함께해 대학 문화를 활성화하고 대학과 상인, 지역상권, 관청이 협력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답했다.

  새로운 형태의 복합 대학 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22개 청년몰 선발 과정에서는 다양한 업종을 우선시했다. 그 결과 푸드, 컬쳐, 패션 세 가지 업종이 어우러진 52번가가 탄생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청년몰 입주를 접한 ‘AKE’ 이정환 대표는 52번가에서 커피숍과 개인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부담이 됐는데, 청년몰 사업으로 다양한 정보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일반 상업 지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상점도 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컬러테라피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방 ‘아틀리에 미묘’도 입점했다. 아틀리에 미묘 강미진 대표는 “처음 입주했을 때는 빈 점포가 많아 방문객이 적었는데, 최근 발길이 늘어난 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는 “청년몰 사업이 단기적인 시도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 청년몰 입점 점포 및 각 담당기관의 상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 가드닝 샵 ‘어반정글’의 외관에 자리한 식물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열린 문화 공간, 소통하는 52번가

  52번가의 빈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보수 공사를 통해 ‘이화 쉼터’와 배꽃 벽화가 탄생했다.

  약 두 달간 진행된 공사로 재탄생한 공간들은 지역 주민들과의 공청회와 청년몰 사업단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화 쉼터나 배꽃 벽화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공간은 ‘이화여대생들이 맘 놓고 쉴 수 있는, 문화 공연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쉼터’를 지향한다.

  박 팀장은 “52번가는 이화여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공간”이라며 “이화여대생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먹거리나 볼거리 수요를 충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답했다. 그는 “더 나아가서 교내 동아리나 셀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조성된 이화쉼터에는 시간을 막론하고,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많은 사람이 자리 잡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화쉼터를 이용하는 방문객들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반갑다는 입장이다. 김채림(수학·16)씨는 “52번가 음식점들이 좁은 탓에 어쩔 수 없이 테이크아웃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화쉼터가 생겨 가까운 곳에서 쉴 수 있어 다행이다”고 답했다. 이유진(국문·16)씨 역시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 앉아서 쉬고 이용하기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 독립 서점 ‘괜찮은 책방’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청년 창업의 꿈을 수놓는 52번가

  청년몰 사업에 선정된 22개 점포 가운데 8개 점포는 동문이 운영하는 곳이다. 청년몰 점포 입점에 본교생을 우대하는 조건은 없지만, 위치상의 이점과 교내 커뮤니티의 입소문 등으로 본교생의 지원이 많았다.

  ‘아리송’은 본교 영상디자인 박사 연구원들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제품화형 상점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 자신의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D.I.Y. 키트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리송의 정승민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동시에 운영에 있어 현실적인 이슈들도 경험할 기회”라고 답했다.

  52번가에는 상업상점뿐 아니라, 재학생들이 원하는 콘셉트로 내부를 인테리어 하는 등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바로 ‘SEEISM’이다. SEEISM은 조형예술과 순수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일종의 ‘쇼룸’이다.

  SEEISM의 공동대표 박지원씨는 “청년몰 사업으로 첫 창업을 시작하게 돼서 다행이다”며 “특히 창업과 관련된 법률 조언이나 마케팅 자문 등을 지원해주고 있어 첫 창업 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순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화쉼터 앞 작은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상점은 졸업생 김하늘 대표의 가드닝 샵 ‘어반정글’이다. 도심 속 정글이라는 뜻의 어반정글은 삭만한 콘크리트로 뒤덮인 일상에 식물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제안한다. 어반정글 김하늘 대표는 “청년몰에 입점한 22개 팀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 좋다”며 “창업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보단, 주변 상인들과 상의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청년몰 입주 상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그림책과 다양한 분야의 문학책을 접할 수 있는 서점도 있다. 책을 매개로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고, 다양한 물품을 파는 ‘괜찮은 책방’도 그중 하나다. 괜찮은 책방의 임다해 대표는 “청년몰 입주 상인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 창업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며 “또한 실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무적인 프로그램이라서 특히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어반정글에 방문한 박선(영문·14)씨는 “학교 주변에 꽃집은 많지만 어반정글처럼 묘목 등을 파는 곳은 없어 신선하고, 앞으로 52번가에 다채로운 상점들이 들어오길 바란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박수화(22·여·경기도 하남시)씨는 “이화여대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러 잠시 들렀는데, 학교 옆에 이런 소규모 상점들이 몰려있다는 게 신기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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